- 웹툰창고

꿀벌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8.24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웹툰을 왜 이제서야 읽은 걸까?
새로 발견한 <고래별>만 보더라도 추천받고 바로 읽지 않았다.
처음 추천받고 기억해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또 추천을 받고 썸네일을 확인하고
목차만 들어갔다가 잠복기를 가지고
어떤 날에 어떤 시점에서
단숨에 읽고 빠져버린 이 행태가 몹시 궁금해졌다.
음식은 편식하지만 콘텐츠는 편식하지 않는 소비자로서
어떤 이유에서 웹툰을 고르고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궁금해진 걸 보니
이게 바로 직업병인가
제목
마침 <고래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좋은 예시다.
처음 <고래별> 제목을 보고 고래밥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렸다.
익숙하거나 친숙한 단어는 스토리의 흐름을 상상하기 쉽지만
처음 들어보는 고래별은 제목만으로 그 어떤 추측이 어려워 흥미를 끌지 못했다.
결국 가까운 단어인 고래밥을 연상하게 했는데 고래밥이 줄 수 있는 감흥이 뭐가 있겠는가
최근에 웹툰 제목을 참 센스 있게 잘 지었다는 생각하는 작품이 몇 개 있다.
1-1 하나의 문장
A는 B다
위 공식을 따른 웹툰 제목이 <타인은 지옥이다>
드라마가 확정되면서 많은 기대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단어 하나가 아닌 완성된 문장은 핵심 줄거리를 훅 던진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제목을 본 순간
우리 머릿속은 바삐 움직인다
"타인이 지옥이라고?" (반문)
"왜 지옥이라는 거지지?" (호기심)
"맞아 지옥이야" (납득)
마침 영화 <완벽한 타인> 덕분에
"타인"은 익숙하고도 친숙한 단어가 되었고
이 단어만으로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관계는 무궁무진하다.
하나의 문장으로 만든 제목이 주는 장점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줄거리 요약이 가능하며
제목을 보고 내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소재라면 파급력이 훨씬 강해진다.
타인의 지옥이다는 스릴러 장르를 극대로 하기 위해 치밀한 배경을 갖고 있다.
모든 타인이 아닌 고시원에서 만나는 사람을 타인으로 지칭한다.
웹툰 속 배경은 고시원이지만
작품을 읽는 독자는 내 일상과 내 환경으로 대입하기 시작한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공포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1-2 대조
서로 다른 감각 두 개를 이용해 꾸미는 말로
"따뜻한 소리"가 대표적인 예다.
따뜻함은 촉각이고
소리는 청각이다.
다른 성질을 가진 두 감각을 이용할 때
제목이 주는 느낌이 풍성해진다.
좋은 예는 네이버웹툰의 <약한영웅>
우리가 가진 영웅에 대한 고정관념은
힘이 강하고 세다.
하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약함을 앞에 붙임으로서
전혀 다른 이미지를 준다.
선천적으로 약한 소년이 두뇌와 도구, 심리를 이용하며 싸우는 약한영웅은
이 주제만으로도 지금까지 존재한 일진물의 판도를 바꿨다.
영웅 하니 떠올랐는데,
다음만화속세상의 <영웅의 변수>도 정말 기가 막힌 만화다.
<영웅의 변수> 주인공 역시 영웅의 멋짐과 거리가 먼
구사한 사투리와 왜소한 체격의 시골청년이다.
주인공 이름을 제목에 살짝 변장해서 넣는 작품이 꽤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강변살다>처럼 중의적인 느낌을 주고 싶은걸까?
<경이로운 소문>도 그렇고.
소문이 주인공 이름이자 두 세계를 이어주는 작은 문을 의미함
참고로 이런 경우는 작품 제목을 기억하기도 쉽다.
1-3 창조
센스가 돋보이는 제목은 기존에 알고 있는 익숙한 단어를 살짝 변형한 형태다.
단점은 내용을 읽기 전까진 기막힌 센스를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점
허나, 뒤늦게 제목의 의미를 알았을 때 경이로움은 배가 됨
요즘 한창 재밌게 읽고 있는 작품 중
요 공식을 따른 건 <맘마미안>이다.
*혜성처럼 등장하자마자 일요웹툰 1위를 거머쥐었다.
**원래는 <약한영웅>이 1위였는데 두달 휴재를 하면서...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작가님의 오타인가 싶었는데,
핵심 줄거리가 간단하다 보니
조금만 읽어도 제목의 의도가 금세 납득간다.
<줄거리>
- 갑자기 엄마가 어려졌다
- 효자 효찬이가 고생만 한 엄마의 꿈을 이뤄준다
뮤지컬, 영화로도 각색된 <맘마미아>는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다.
OST만 들어도 모두 어깨가 들썩거리고 전율이 몸에 쫙 돋는다.
그리고 이탈리아어로 "오 세상에 맙소사!"란 뜻이고
영어론 "My mother" 한국어론 "엄마야!"라고 한다.
엄마가 갑자기 어려졌으니 "오 맙소사"라는 감정도 제목에 담을 수 있고
엄마와 아들 이야기인 만큼 제목에 "맘마"가 들어가는 게 어색하지 않다.
"맘마"는 아기들이 엄마 발음을 배우기 전에 부르는 말이기도 하니까
엄마 옆에 "미안"이라는 단어가 붙을 때 울컥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스토리의 핵심을 제목으로 잘 압축한 예다.
역시 미티 작가님은 천재다 ♥
결론: 미티 작가님 짱
* 이미지출처: 네이버웹툰, 미디어다음만화속세상
*웹툰링크
**고래별 1926년 일제 식민 지배하의 조선
**타인은 지옥이다 모든 게 낯선 고시원 생활
**맘마미안 아들보다 어려진 엄마?!
**약한영웅 선천적으로 약한 소년
**영웅의변수 슈퍼히어로를 동경하던 시골청년
**경이로운 소문 영원불멸의 삶을 위해 지구로 내려온 사후세계 악한 영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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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