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1. 영감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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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냉장고] 언뜻보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제목으로 함께 적혀 있다. 지식e채널에선 design이라는 소주제를 [할머니와 냉장고]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풀어냈다. 발칙한 여러 질문들 다음 "냉장고 디자인, 뭐 새로운 거 없을까?"라며 1970년대 미국 유명 디자인 회사 회의실로 대화로 시작된다. 가장 어린 디자이너 패트리샤는 대답한다. "관절염을 앓거나 손힘이 약한 노인들도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 손잡이를 만들면 어떨까요?" 이어서 들려오는 대답. "우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


고민 끝에 그런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패트리샤는 20대에서 80대 할머니로 변신한다. 철제 보조기로 뻣뻣해진 다리, 흰 머리 가발과 주름 분장, 솜으로 막아 잘 들리지 않는 귀, 뿌연 안경으로 흐려진 시야, 지팡이에 의지한 채 경험한 그런 사람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패트리샤를 보며 내가 들었던 대학원 수업 하나가 떠올랐다. [Aging Processes]라는 수업인데 노화과정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키우는 수업이다. 뇌 과학부터 노인들의 행동반경과 동선을 파악해 설계한 건축까지 다방면의 지식이 필요했다. 


Deion
Sociological, psychological, physiological, and cultural factors relevant to understanding the complexity of the aging process. Normative and maladaptive aspects of the aging process are examined in terms of their implications for personal and societal adaptation.


정신없이 치고 나가는 수업 진도와 빡빡한 과제로 가득한 수업일정이었지만 하루동안 실제로 노화를 체험하는 수업이 있었다. 그때 당시 '아싸, 이번 수업은 논다!'라고 생각했었지만 졸업하고 수업에서 들었던 이론은 다 까먹더라도 그때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을 정도로 강렬했다. 각 5개의 코너로 나누고 뿌연 안경을 낀 채로 알약을 요일별로 약통에 넣거나, 장갑을 껴서 감각이 없는 손으로 오렌지를 깎아서 먹는 등 실로 아주 간단해보이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문제없이 하던 것도 노화가된 시점으로 하려니 쉽지 않았다. 알약의 색깔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구분이 힘들었고, 칼에 내 손이 베일까봐 두려웠고 결국 오랜지는 다 터져서 배고픈 사람만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 '이해한다, 공경한다'고 말로 하긴 쉽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체험해보니 '이해한다'고 단순하게 말한게 죄송스러워졌었다. 


단 몇시간의 체험에서도 느끼는바가 이렇게나 많았고 강렬했는데 직접 노인이 되길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패트리샤는 어땠을까. 3년간의 변신 실험을 통해 젊은 디자이너 패트리샤는 사람은 누구나 젊은 시절에 즐기던 일상을 나이 들어서도 즐기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패트리샤 무엇은 이것을 어떻게 가능케 하느냐가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답한다. 누군가 묻는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패트리샤의 대답은 거창하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돌아본다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졌다. 


"저희 할머니가 냉장고 문 열기가 힘들어지자 

요리하는 즐거움을 포기하셨거든요. 

할머니에게 되찾아 드리고 싶었어요. 

요리의 즐거움을

일상의 즐거움을"


패트리샤는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함께 사용하는 디자인을 추구했고 나이가 들어도 힘이 약해도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하는 유니버셜 디자인이 탄생되었다. 

바퀴 달린 가방

왼손 오른 손 구분없는 양손가위

계단이 없어서 편리한 저상 버스

패트리샤 무어의 디자인 철학이 담긴 주방기구들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해 조금 더 찾아봤다. 아이디어 상품으로 키가 작은 사람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지하철 손잡이, 휠체어를 타고도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은 통로, 다리가 불편해도 쉽게 올라탈 수 있는 버스, 왼손잡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위 등 실로 다양한 제품이 우리 삶 곳곳에 들어와 있다. 



다양한 기호를 가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가지 상품도 다양하게 내놓은 기업들처럼 도시환경도 문화, 성별, 신체적조건, 경제상황 등 다양한 차이점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도시환경도 모두에게 편리하게 변화하는걸 반영한 디자인이다. 유니버셜 디자인 (universal design)이란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약자나 장애가 있는 소수의 사람뿐만 아니라 "Design For All" 이념으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누구에게나 장벽이 없다고 해서 'Barrier Free Design'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유니버셜 디자인은 1998년 개최된 제 1회 국제 유니버셜 디자인 대회를 통해 제시된 7가지 원리를 따르고 있다.

Equitable use: 공평한 사용

Flexibility in use: 사용의 유연성

Simple and intuitive: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Perceptible information: 쉽게 알 수 있는 사용정보

Tolerance for error: 사고방지와 오작동에 대한 포용

Low physical effort: 최소의 신체적 부담

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크기와 공간


유니버셜 디자인은 세계화에 꼭 필요한 디자인 영감이다. 소수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다수까지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은 근원은 공감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디자인 감각은 하루 사이에 늘릴 수 있는게 아니지만 공감하는 능력은 상대방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매일 조금씩 키울 수 있다. 공감하는 능력이 특기가 될 수 있도록 모르는 것에 더 많이 공감하고 새로운것에 더 넓게 포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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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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