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1. 영화/연극

이미지

영화 정보
그물
감독
김기덕
제작 / 장르
한국
개봉일
2016년 10월 6일
평균
별점7.3 (0)
꿀벌

<곡성>으로 한동안 '뭣이 중한디'가 곳곳에 울려 퍼지며 떠들썩 했다. 툭하면 '미끼를 물어버렸어~'라며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2016년 하반기는 미끼가 아닌 그물이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처음 영화 포스터를 봤을때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흐르듯 적힌 <그물>이란 제목은 의미가 옅었다. '그물갖고 뭘 얼마나 거창한걸 하겠어'라는 생각도 잠시, 한 번 걸리면 발버둥 칠수록 온몸을 옭아매는 그물의 집요함을 깨닫고 나자 그물 이란 제목이 끔찍하리만큼 무서워졌다. 




영화는 드넓은 바다의 아주 작은 물결처럼 잔잔하게 시작한다. 잔잔한 물결은 너무나 작아서 바다 전체를 바꾸지 못한다. 그런 잔잔함 속에 주인공 철우는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며 물고기를 잡는 일을 한다.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듯이 순박한 철우는 남한과 북한의 그물에 걸려 살고자 발버둥 치며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수많은 물고기를 그물로 잡아본 철우는 안다. 자신의 발버둥은 잔잔한 바다를 어찌할 수 없다는걸.

"나를 북으로 돌려보내 주시라요"

울부짖는 철우를 가만히 두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남한의 조사관

철우의 울부짐에 애가 타는 건 철우를 동정하는 남한의 감시 요원 진우와 철우를 애가 타도록 기다리는 북에 있는 가족들과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나 역시 알 수 없는 먹먹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자유가 있다고 가족을 버릴 수 있습네까?"

남한에 남게 하려고 끊임없이 회유하지만 철우는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과 가족을 지킨다. 자신이 본 만큼 불행해진다며 번쩍 빛나는 서울 명동 시내에서도 두 눈을 꼭 감는 모습에 애절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북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처절함이 안타까우면서도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보려고 극한 상황까지 만드는 남한의 조사관들이 짖궂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사람들 역시 오래된 역사의 피해자며, "너는 이해하는 머리고 나는 의심하는 머리다"라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뿐이다. 그들 역시 분단현상이 낳은 뼈아픈 우리 현실이다. 


남한 조사관은 가난하고 불합리한 북으로 돌아가려는 철우를 하늘이 준 기회를 차버리는거라며 비웃는다. 그러나 아무리 불 구렁이 속이어도 과연 누가 자신의 가족이 있는 곳을 버리고 올 수 있겠는가. '사람이 살기 좋다' 라는 기준 역시 상대적 인것인데 자신의 기준과 관점으로 타인의 삶을 함부로 불행으로 간주하는 모습에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 같다. 분단 현실로 인해 자신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몸이 부서질 정도로 힘겹고 처절하게 몸부림을 쳐야하는게 가장 큰 비극이 아닐까.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품으로 이미 베니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극찬을 받은 바 있고 개봉 전 해외 7개국에 선판매했다. 어쩌면 분단 현실에 처한 우리보다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한 사람의 인생이 남북관계에 의해 처절하게 고통받는 모습을 통해 비극은 배가 될 것이다.


김기덕 감독 역시 영화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내가 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영화다. 어쩔 수 없이 남한에 온 북한 어부가 남한에서 경험하는 치열한 과정은 우리의 슬픈 역사이며 현실이다. 이 세대의 아픈 현실을 이해하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인간이기에 절망하고, 선택하며 희망을 품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또 자유를 위해 죽을 수 있다. 

올곧고 강하면서도 고독하고 힘겨운 한 인간의 삶이 무게운 무게를 안겨주고 우리 모두에게 함께 풀어야 할 숙제를 남기기며 영화는 그물을 던진다. 









좋아요
댓글
4
작성일
2023.04.26

댓글 4

  1. 대표사진

    아그네스

    작성일
    2016. 10. 4.

  2. 대표사진

    꿀벌

    작성일
    2016. 10. 4.

    @아그네스

  3. 대표사진

    이루

    작성일
    2016. 10. 5.

  4. 대표사진

    꿀벌

    작성일
    2016. 10. 6.

    @이루

꿀벌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2.2.10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2.2.10
  2. 작성일
    2022.2.10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2.2.10
  3. 작성일
    2022.2.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2.2.2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4.24
    좋아요
    댓글
    219
    작성일
    2025.4.2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4.25
    좋아요
    댓글
    196
    작성일
    2025.4.2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4.24
    좋아요
    댓글
    116
    작성일
    2025.4.2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