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1. 고전/역사/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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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 (하)
글쓴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1 (19)
꿀벌


백치를 읽고, 결과주의에 반하여 (상) 먼저 읽기


나는 세상이 양면적임을 굳게 믿는다 세상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양면적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100%, 완벽한순수한 따위의 수식을 의심한다내가 행하는 이타적인 행동에는 내가 행복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동기가 숨어있고가장 이기적인 동기 속에도  주변 사람들은 챙기려는 이타적 마음이 숨어있는 것이  예라   있겠다또한 (많은 이들이 결혼 생활을 두고 이야기 하듯사랑과 증오가 밀접하게 붙어 있는 것도  예시이다백치에 나온 대로라면 내가  자신을 사랑하면서 혐오할 수도 있다내가 나를 혐오하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도 나를 욕해주기를 묘하게 욕망한다그러면서도 나를 욕하는  사람에게 분개한다하지만 칭찬을 받거나 사랑을 받으면 나는 이런 취급을 받을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만방에 표출하기 위해 그릇된 행동을 더욱 찾아서 한다나를 타락시키는 고통 속에는 행복이 있다이중적이다그리고 이러한 예는 너무나도 많다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이중성을 누구보다  찾아내고 표현하는 작가다.


세계가 이렇듯 이중적임을 인정한다면 도스토예프스키를 평가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만약 세계가 선과 악의 대립이라면모든 소설은 악을 타도하고 선을 지향하는 것으로 끝맺음  것이다만약 모든 재판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하다면 판사는 필요 없고 그냥 컴퓨터로 재판을 해도  것이다하지만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우리는 복잡한 곳에 산다선과 악은 연결돼 있고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있는 사건도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얽혀 있는 사건도 있다파고 들어가면 가해자가 사실은  사회의 피해자인 경우도 많다그래서 소설가들은  양면적인 세상에서 양면적인 인물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준다도스토예프스키가 실현한 것도 바로  부분이다.


마광수 교수의 작가 정신 하에서라면 세계는 약간 이분법적이다진보와 보수가 있고기성도덕과 새롭게 창조된 질서가 있는 식이다여기서는 머물러 있는 것이 죄악이다현재의 잘못된 점을 깨고 나가야 한다심지어 마광수 교수는 잘못된 점이 없더라도단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같다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다르다도스토예프스키가 시대를 초월해서 아직까지도 꾸준히 읽힐  있는 이유는 그가  시대의 비판에서 머물렀기 때문이 아니라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양면성 앞에서 나약한 우리가 대처할  있는 힘을 일러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민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양면성은 우리 주위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다선택이라는 것이 하나의 포기이기 때문이다이런 세상에서는 붙잡을 거리가 없다무엇을 선택해도 장단점이 있고내가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과 내가 반드시 쟁취해야 되는  사이에 괴리가 있기도 한다여유롭게 살고 싶어서 고액연봉의 회사에 취직했는데회사 일에 허덕이다보니 여유로운 삶이 없다든지 하는 식으로모순이나 역설이 실생활에도 난무하고 있다그럴 때면 우리는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고민한다그러다보면 손쉽게 결과주의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뭔들 못하겠어하며 기본을 망각하고는 한다그러다보면 어느새 ‘백치’  레베제프처럼음흉한 간계를 꾸미고 돈에 양심을 팔고 배신에 배신을 일삼을 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비난할 수도 없는 것이 그의 배경에는 나름대로의 고통이 켜켜히 쌓여있기 때문이다.


마광수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기존 질서는 썩었다며 혁명을 꿈꾸는 사람이다이상과 정의를 위해서 투쟁하는 사람이다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가 모자란 것은 아니다도스토예프스키는 그런 고통받고 고민하는 인간에게 신을 말해주고  순간에도 잊으면  되는 선한 가치들을 말해준다그리곤 무엇이  사는 것인가에 대한 희미한 대답을 전해준다그건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기독교적 진리이지만굳이 기독교적일 필요 없이 자신이 어린(순수했던시절 믿었던 올바른 가치관을 지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그리고 이런 진리라 일컬어지는  세상의 가장 선한 부분들을 감동적으로 전해서 각박한 세상을 이겨나갈 힘을 주는 것이 도스토예프스키의 미학인 듯하다.


미쉬낀은 실패자에다가 백치이다그는 결국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비극을 초래해버렸다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위로 받을 수도 있다이소라의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이소라의 노래는 극한의 우울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지만그런 우울이 싫지가 않다오히려 노래가 끝날 때쯤에는 그녀가 나와 함께 울어줘서 위로 받았다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미쉬낀의 모습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고민하고 고통 받고 나약했던 미쉬낀그는 정말 잘해보려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했다하지만 그가  빠르게 움직여서 나스타샤와 로고진이 결혼하도록 돕고 아글라야와 결혼 해서 ‘기존 통념’대로 살았다면그것만큼 좋은 결말도 없지만 그것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사랑스러운 나스타샤가 결코 로고진과 함께 행복할  없으리란  알고 있기 때문이다미쉬낀은 타인의 고통을 목도하고도 그것을 눈감는 자가  수는 없었다설령 스스로가 파멸할 지라도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렇게 믿는다 산다는 것은 결과가 아니다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을 맞지 못했다고 해서 미쉬낀의 나약함을 욕할 수는 없다 산다는 것은  마디로 가능성이다인간이  가치를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이다마광수 교수는  살기 힘든 사회 환경을 탓하는 편이다도스토예프스키는 사회와 상관없이 일단은 지켜야  인간적 가치들을 주장하는 편이다그리고 이런 점에서 미쉬낀이 의미가 있다.


결과주의로 평가한다면 처음에 느꼈던 대로 미쉬낀은 정말 보잘  없는 인간이다이런  책의 주인공인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의 멍청이다하지만 나는 그가 좋다나는 그저  살고 싶을 뿐이다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말과 그런 인식이 나는 아쉽다나는 착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돈과 욕심과 허위와 가식에 찌들려 살기 보다는  살고 싶다그렇게 해서 내가 결과적으로 행복할지는 모르겠다왜냐하면  산다는  결과가 아니니까순수는 비극도 희극도 아무것도 담보하지 않는다하지만 어쩌겠는가배부른 돼지를 바라보는 소크라테스의 마음과도 흡사하게 ‘잘 사는’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보고 자랐는데 그것을 배신할  있겠는가도스토예프스키가 내게  보수적이고 고전적인 기존 도덕다시 말해 평등과 박애사랑과 믿음 등의 진리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것들을 무시할  있겠는가?


 살아 보자고 말하고 싶다 산다는  결과가 아니다처음에 말했듯이 어려운 책이었지만 마지막은 아름답게 느꼈다고 했다마지막  아름다움이 중요하다실패하더라도 타인의 고통에 예민하고 인간답게  최후는 가슴 아프지만 아름답다. 마광수 교수가 주장하듯  시대와 마찬가지로 물론 오늘날  사회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그래도 그런 핑계에 나를 맡기느니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도스토예프스키는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 가는데 도움이 되는 작가다  가치관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작가다 그를 통해 나는 힘들어도   살아봐야겠다고그것도   살아봐야겠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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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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