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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



고영성,신영준 공저

로크미디어 | 2017년 12월



 



보통의 자기계발서가 독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기계발을 유도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 책의 첫 장은 조금 특이합니다. 제목이 '운'이기 때문입니다. '운'이라고 하면 우리는 당장 드는 생각이 수동적이고 외적인 운명에 순응하는 이미지가 연상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기계발과는 상반되는 개념입니다.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바꿔보겠다고 자기계발서를 연 독자에게 첫 장부터 '운'을 운운한다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겠죠. 이 책의 첫 장에는 '토이스토리'로 대성공을 거뒀던 '픽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보잉사에서 정리해고 당한 에드윈 캣멀, 스키사고를 당해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앨비 레이 스미스나 디즈니에서 쫓겨난 존 래시터 등 이들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이들의 우연한 만남 뿐만 아니라 당시 이혼소송으로 돈이 필요했던 조지 루카스가 잡스에게 헐값에 그래픽 부문을 팔지 않았거나, 그 전에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지 않았던들 픽사의 신화는 없었을 것입니다



 



직장에서 능력과 경력이 비슷한 간호사 A와 B 간호사의 이야기가 예로 나옵니다. 둘 다 배운 대로 잘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같은 실수를 합니다. 환자의 안전가드를 올리지 않은 것입니다. A의 환자는 다행히 떨어지지 않았지만 B의 환자는 불운하게도 떨어져서 크게 다치고 맙니다. 55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같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A보다 B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으며 부주의 하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이들의 실수는 같은 것이었고 능력도 비슷했지만 우연한 사건이 이 둘의 앞으로의 직장생활을 가르게 될 것입니다. 후에 B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 있는 A는 후배들에게 자기는 원칙을 지키고 성실함을 바탕으로 그자리까지 올랐다고 말하겠죠. 하지만 그 사이에는 여러번의 실수를 상쇄하고 능력을 배가 시키는 몇 번의 행운이 따랐을 것입니다. 



 



 


특히 자서전을 보면 이런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창 엠비시에서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죠. 얼핏 듣기에 그것들은 성공의 필수조건 같지만, 사실은 그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삶은 운으로 작용했던 경우가 허다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성공하고 나면 자기가 했던 행동이 바로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에 어떤 사업가가 손님을 끌기 위해 형광등을 작은 가게에 25개나 설치했다고 쓴 책을 보았는데, 성공했으면 그것이 성공요인이지만 실패했다면 그런 곳에 쓸데 없는 지출을 과다하게 한 것이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모든 요인들이 결과가 성공일 때는 그것이 오롯이 성공의 원인처럼 여겨지지만, 실패일 때는 반대의 이유처럼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성공한 사람들은 그것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랑스레 말하고 다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 말이 참 맞는 말 같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을 망친다.'


 




  



'운'이라는 요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그것은 탄탄대로를 달릴 때는 절대 그럴 수 없겠죠. 실패하거나 크게 좌절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사람의 힘으로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중국 후한의 사상가 왕충은 이러한 사실을 일찌기 깨닫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일정한 위치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을 했으나 그는 달랐습니다. 



 




재능이 뛰어나고 품행이 고결하다고 해서 반드시 존귀한 지위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능력이 보잘것없고 품행이 졸렬하다고 해서 반드시 비천해진다고도 할 수 없다. 때로는 재능이 뛰어나고 품행이 고결해도 중용되지 못하거나, 좌천되어 낮은 지위에 머문다. 반대로 능력이 보잘것없고 품행이 졸렬해도 중용되어 뭇사람의 위에 오를 수 있다. 




 











논형



왕충 저/성기옥 역

동아일보사 | 2016년 02월




 



이 글은 문맥상으로 보자면 마치 윗사람 비위 맞추는 것을 잘해서 높은 지위에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말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군주가 추구하려는 바와 신하가 추구하려는 바가 일치하는가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군주가 보수적이고 유교적 가치를 좋아하는데 진보적인 신하라면 옳고 그르고와 무관하게 중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현이 추구하는 도와 지향하는 방향이 일치할 때가 있다. 순임금과 요임금, 태공망과 무왕은 뜻이 일치해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허유와 백이는 당시 군주가 지향하던 뜻과 어긋났다. 그들이 살아야 할 세상이 아니었고, 뜻을 펼칠 시대가 아니었다. 도가 비록 같을지라도, 같은 가운데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인생의 방향을 운에 맡기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모든 것이 능력으로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위험합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이뤄지지 않는 일은 있는 것입니다. 인생은 그것을 얼만큼 인정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치킨 회사를 창립했지만 첫 해에 유례없는 조류독감이 퍼져서 망했다고 그의 잘못이 아니고, 성실하게 운영하던 체인점이 방송에서 문제점이 방영되고 폐업하게 되었다고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능력이 없고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무엇보다 능력과 성실함이 기본 요소가 된 후에 운을 기다려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그 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이 운에 좌우되기도 합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닐까 하고 항상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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