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지 아니한가

더딘그리움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2.5.26
제나라 왕은 진나라와 초나라 사람들이 헐뜯는 말에 현혹되어 맹상군을 벼슬에서 물러나게 했다. 많은 빈객들이 대부분 이때 그를 떠난다. 실의에 빠진 맹상군에게 식객 중 한 명인 풍환이 자신이 제나라 재상으로 다시 중용되게 해주겠다며 수레를 타고 떠난다. 그가 먼저 진나라 왕에게 가서 맹상군을 중용하도록 설득하자, 그 말을 들은 진나라 왕은 그를 데려오도록 제나라에 사람을 보낸다. 풍환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제나라로 달려가서 맹상군이 진나라로 가게 되면 진나라가 패자가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제 제나라 왕이 국경을 살펴보니 진나라의 사자가 오는 것이었다. 이에 급한 마음이 든 제나라의 왕은 맹상군에게 재상의 지위를 회복시켜주고 예전 봉읍의 땅에 1천 호를 더 보태 주었다. 이에 풍환은 과거의 식객들을 다시 불러 오자고 하자 맹상군은 자신은 그들을 그토록 대우했지만, 자신이 파면되자 모두 떠났다고 탄식하며 이렇게 말한다.
"선생의 힘을 입어 재상 지위를 회복했지만, 그들이 무슨 낯짝으로 나를 다시 보겠습니까? 만약 다시 나를 보겠다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그 낯짝에 침을 뱉어 크게 욕보이겠습니다."
그러자 풍환은 맹상군에게 큰 절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살아 있던 자가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만물이 반드시 다다를 결과입니다. 부귀하면 선비가 많이 모여들고 빈궁하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일이 본래부터 그러한 것입니다. [生者必有死, 物有必至也; 富貴多士, 貧賤寡友, 事有固然也] 당신께서는 아침에 시장으로 몰려가는 자들을 보지 않았습니까? 이른 아침에는 서로 어깨를 부딪치면서 먼저 문으로 들어가기를 다투지만, 날이 저문 뒤에는 시장 바닥을 지나가는 자들이 팔을 흔들면서 시장을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아침에는 시장을 좋아하다가 저녁에는 미워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녁 시장에는 기대하는 물건이 그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재상 지위를 잃자 빈객들이 모두 떠나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비들을 원망하고, 빈객들이 찾아오는 길을 끊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당신께서 빈객들을 예전처럼 대우하시길 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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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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