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소한 기억

더딘그리움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4.1.9
주말에 제주도를 걸어 다녔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으니 차를 렌트할 필요도 없고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았다. 그동안 못 들었던 유튜브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글쓰기 강의에 집중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문장은 "간략하게 써라. 수동태를 쓰지마라. 부사를 남발하지 마라." 등등이었다. 대부분 비슷했다. 스티븐 킹의 영향이 큰듯하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작가들이 글을 쓸 때 느끼는 감정이었다. 작가들은 의외로 많은 수가 어떤 이야기를 미리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등장인물이 알아서 움직인다고 표현했다. 박찬욱 감독도 선량한 인물이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을 조성하고 그들의 행동을 살펴본다고 한다. 등장인물은 그냥 창조된 가공이 아니라 존재 자체인 셈이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다.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읽은 글이 떠올랐다. 지금은 출처도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 어떤 애니메이션의 오타쿠에게 그 연재가 끝났을 때의 감정을 물었던 적이 있다. 그는 무척 슬퍼하며 하는 말이,
"내가 좋아하던 등장인물들은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그대로 살아가는데 나만 혼자 거기서 빠져나와 더 이상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슬퍼졌다."
우리가 대하소설이나 긴 연재를 읽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들때가 있다. 나 역시 조정래의 한강을 읽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마치 그들이 실재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 그리고 더는 관여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슬픔. 윤하의 노래 중에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건의 지평선은 인터스텔라에서 대중화된 개념인데,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게 되는 경계면이다. 윤하의 노래는 헤어지려는 남자친구에게 하는 말이다.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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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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