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 소설/산문

소룡매냑
- 작성일
- 2015.3.21
도련님
- 글쓴이
- 나쓰메 소세키 저
꿈결
'러시아에 도스토옙스키가 있다면, 일본엔 나쓰메 소세키가 있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다. 이번에 읽게 된 <도련님>이라는 고전 작품이 나쓰메 소세키를 알게 된 첫 번째 그의 작품이다. 국내 출간된 그의 작품은 <도련님>외에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풀베개>, <태풍>, <마음>, <산시로>, <그 후>, <우미인초> 등 여러 작품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도련님>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약 100년 전에 쓰인 고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쉽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많이 읽게 된 작품 중 하나다.
나쓰메 소세키가 이 작품을 쓴 시대적 배경은 일본이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얼마 되지 않은 근대화 과정에 있는 일본이다. 그 시기 시골의 한 중학교 교사를 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도련님>이라는 작품을 집필했다. 그래서 작품 속 주인공인 나를 포함한 여러 인문들은 중학교 교원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투영되어 있다. 이 작품을 번역한 옮긴이의 해제 속에 작가가 그 당시 근무했던 중학교의 교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곳에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도련님>은 일본을 대표하는 대문호의 작품이기 국내에 여러 번역본이 나와 있다. 꿈결 출판사에서 이번에 클래식 시리즈 중 네 번째로 출간하게 된 이 작품은 그간의 여러 번역본과 달리 꿈결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편집을 통해 독자들이 도련님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소설 중간중간 멋진 일러스트와 주석은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러스트는 흡사 지루할 수 있는 고전 작품을 보다 재미있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소설의 말미에는 옮긴이의 해제를 담고 있어 나쓰메 소세키의 삶과 문학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소설 <도련님>의 내용은 도쿄에서 물리 학교를 갓 졸업한 개성 넘치는 젊은 주인공 '도련님'이 지방의 소도시 중학교의 수학 교사로 발병 받으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좌충우돌 성장 소설이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격의 주인공 도련님은 처음 근무하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충돌하고 동료 교사들과는 대립하기도 한다. 도쿄에서 온 시골뜨기 취급을 당한다고 해야 될까. 뎀뿌라 메밀국수 네 그릇과 당고 두 접시, 온천 욕탕 수영 사건 들로 학생과 교사들의 놀림감이 되곤 한다. 한 번은 짓궂은 학생들의 장난에 숙직을 서는 날 밤 이불 속에 메뚜기떼를 만나기도 한다. 학교에 첫 출근을 한 후 그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각각 별명을 하나씩 지어주는데 교장은 너구리, 교감은 빨간 셔츠, 교감을 졸졸 따라다는 미술교사는 아첨꾼, 수학교사는 아프리카 바늘두더지, 영어교사는 끝물 호박 등 별명도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재미있다. 사사건건 자신과 수학교사 아프리카 바늘두더지를 경계하고 시샘을 일삼는 교감 빨간 셔츠와 그의 부하인 미술교사 아첨꾼을 정의의 사도가 되어 혼내주기도 한다. 고집불통이지만 정의롭고 순수한 면을 지닌 도련님은 과연 새로 부임한 시골 학교에서의 삶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나쓰메 소세키는 러일전쟁 승리 후 일본에 고취되는 근대화에 따른 병폐를 도련님이라는 강직하고 순수한 청년을 통해 풍자하고 있으며 날카롭게 비판한다. 소설을 읽는 중간중간 도련님이 내뱉는 통계한 한마디 한마디에 절로 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이는 비단 과거 근대화 과정을 거치는 일본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 듯하다. '생각해 보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나쁜 짓 하기를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라고 고백하는 도련님의 말을 보면 작금의 시대에도 소세키의 비평은 통하는 듯하다. 역시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고전 다운 면모를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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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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