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북클러버

캡
- 작성일
- 2022.5.26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글쓴이
- 에릭 와이너 저
어크로스
삶의 단계에 따라 철학자들을 만나는 기차여행
글쓴이는 익스프레스, 기차를 타고 철학자들의 발자취를 쫓는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길에서 14명의 철학자를 추려내고 새벽에서부터 정오를 거쳐 황혼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철학자들을 만난다.
"철학은 삶의 각 단계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쓴이는 새벽부터 정오를 거쳐 황혼에 이르는 삶의 각 단계에 맞게 철학자들을 선정하고 찾아간다. 가령 "나는 이불 아래 파묻힌 채 나를 때려눕히려고 마음먹은 적대적인 세상을 떠올린다."라고 말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맨 처음 새벽에 둔다. 에피쿠로스처럼 즐기고 루소처럼 걷는 활동을 하는 철학자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정오에 둔다. 후회하지 않는 니체와 늙어가는 것을 이야기한 보부아르,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 몽테뉴를 황혼에 둔다. 그렇게 삶의 각 단계에 맞게 철학자들을 찾아나선다.
철학을 생각하는 장소는 중요하다. 장소는 생각의 보고다. 집에서 철학자들의 책을 읽는 것보다 철학자들이 실제로 걷고 움직이고 집필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은 남다른 경험이다. 사람들이 굳이 집을 놔두고 집 떠나면 고생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굳이 여행을 다니며 여러 경험을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글쓴이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했으며 때로는 은둔해 있던 에피쿠로스와 그의 정원의 흔적을 찾아 아테네에 가기도 한다.
삶의 정오에 해당하는 에피쿠로스의 이야기를 해보자.
에피쿠로스의 모토는 "라테 비오사스 Lathe Biosas.", 즉 숨어 사는 삶 이었다. 세상에서 물러난 사람들은 늘 의심 받으며 사람들은 은둔자에게서 위협을 느끼는 만큼 그를 조롱하기도 한다. 은둔하던 에피쿠로스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기는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 올바른 마음가짐만 갖춘다는 아주 적은 양의 치즈만으로도 소박한 식사를 성대한 만찬으로 바꿀 수 있다. - 이 책 202쪽-
좋은 것이 주어지면 즐긴다. 하지만 일부러 찾아나서지는 않는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 나타나길 기대하지 않는 사람 앞에 나타난다. 물건을 찾아다니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그 물건들은 그저 우연히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물건이 생기면 감사해한다. 그것이 에피쿠로스의 생각이다. 마치 자연에 어울려 사는 동양의 도가 사상가들 같기도 하다.
제논이란 이름의 페니키아 출신 상인이 배를 타고 아테네의 항구로 향하다가 배가 난파되었다. 우연히 죽은 소크라테스의 전기를 읽게 되었고 결국 스토아 포이킬레(여러 색으로 칠해진 주랑)에 자리를 잡는다. 이들은 은둔하는 에피쿠로스와 달리 공개적으로 철학을 설파했다. 말년을 맞이한 제논은 "배가 난파되었을 때 난 정말 좋은 항해를 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려움이 닥쳤지만 결국 더 좋은 결과를 맞이했다고 하는 제논의 말, 이 말은 결국 "고난을 통해 강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는 스토아 학파의 핵심 주제가 된다.
오늘날 우리는 SNS에 빠져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집에 가면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다. 페이스북을 읽으며 좋아요를 누르고 트위터로 짤막한 글을 올린다. 좋아요 숫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팔로워는 또 어떻게 되었는지, 댓글 하나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의 주권을 타인에게 이양해 그들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게 만든다. 그것을 몰아내야 한다. 변덕스러운 친구 인스타그램 팔로어 같은 타인의 손에 우리의 행복을 맡긴다. 여기에 스토아 철학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글쓴이는 서양의 철학자에 한정하지 않는다. 그는 공자를 찾아보고 공자의 유교의례에 집중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지만, 친절은 힘든 것이다. 친절에는 감정이입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친절을 행동으로 옮기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하다. 공자는 여기에서 유교 의례를 강조했다.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 결혼과 졸업식 때로는 죽음처럼 인생의 전환점에서 우리가 의식을 치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각종 의례는 우리 마음을 꺼내놓고 우리의 감정을 담을 그릇을 제공한다.
글쓴이는 철학자들의 생각과 통찰에서 우리 일상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법을 찾아본다.
쇼펜하우어는 소음에 민감했다. "소음이 평생 동안 매일 나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또한 쇼펜하우어는 이메일이 발명되기도 전에 어수선한 받은 편지함을 우려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오늘날 우리 시대 수많은 정보를 정신적 소음으로 빗대어 이야기한다. 정보는 그저 통찰로 향하는 수단일 뿐이며 정보 그 자체에는 거의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과도한 양의 데이터(사실상 소음)은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이며, 통찰의 가능성을 없앤다. 소음(과도한 정보)에 정신이 팔린 사람은 음악(통찰)을 듣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데이터를 정보로 착각하고 정보를 지식으로 지식을 지혜로 착각한다. 때로는 소크라테스처럼 그저 가만히 서서 자신의 생각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루소처럼 걷고 소로처럼 보고 쇼펜하우어처럼 들으면서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통찰의 시간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 딜레마를 통해 오늘날 우리들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추운 겨울날 한 무리의 고슴도치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은 인간관계와 비슷하다. 가까이 붙어서 옆 친구의 체온으로 몸을 덮힌다. 너무 가까이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만다. 고슴도치들이 두 악마 사이를 오가며 붙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서로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오늘날 대인관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교훈이다.
이 책의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추측에, 특히 자신의 추측에 의문을 품을 것을 요구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기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 시몬 베유는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특히 베유는 "가장 큰 희열은 가장 온전하게 주의를 기울였을때 찾아온다."고 말했다. 베유의 생각에 따라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다. "지금 무슨 일을 겪고 계신가요?" 짧은 질문 한 마디가 마음을 녹이고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고통받는 사람을 우리와 똑같은 그저 어느 날 고통이 특별한 흔적을 남겼을 뿐인 한 명의 인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베유는 "우리가 가장 귀중한 선물을 얻는 것은 그것을 찾아 나설때가 아니라 그것을 기다릴 때다." 라는 철학을 남긴다. 철학자들의 이런 생각들은 우리 삶에 통찰을 주고 또다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들은 특별한 모습이 있었다. 간디는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단 한번도, 간디는 늘 기차를 탔고, 나도 기차를 탈 것이다. 간디는 목표보다 수단이 더 중요하다고 굳게 믿었다. 소크라테스는 새벽이 다가오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 같은 곳에서 서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그렇게 서 있었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들은 소위 말해서 괴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내면은 오히려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크라테스처럼 루소 역시 일종의 반 철학자였다. "루소는 무의미한 억지나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형이상학적 난해함을 참지 못했다."고 말해준다. 소로는 "관찰이 흥미롭고 중요한 의미를 지려면 반드시 주관적이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어찌보면 난해해보이는 철학을 이야기한 철학자들이 정작 난해함을 참지 못했으며 개인의 의견을 존중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결국 철학의 씨앗은 "나는 궁금하다."는 말에서 출발한다. 짦은 두 마디 말이지만 그 안에 모든 철학의 씨앗과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모든 위대한 발견과 돌파구는 이 두 마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한편, 좋은 철학은 느린 철학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통찰이 자리잡을 새벽까지 한 자리에서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루소는 그 먼 거리를 걸어다녔다. 쇼펜하우어는 받은 편지함을 경계하며 소음을 멀리하려 했다. 그리고 진정한 지혜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래서 글쓴이는 철학자들을 찾아 그렇게 기차를 타고 움직이면서 때로는 철학자의 공간을 찾아 돌아다녔나보다.
글쓴이는 적당한 유머와 함께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린 딸, 소냐와 하는 대화는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철학에 대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좋게 나이 드는 건 자유에 더 가까워지는 거야. 나쁘게 나이 드는 건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고."라고 나이듦에 대해서 정의하는 어린 소냐의 생각이 신선하다. 물론 나쁘게 나이들고 있는 글쓴이의 입장에선 마음 아픈 이야기이다.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글쓴이는 혼자 생각한다. '하지만 삶은 이미 충분히 힘겹다. 그런데 성찰까지! 하라고?' 글쓴이의 반문은 재치있으면서도 우리 현대인을 대변해준다.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이 철학적 생각을 하기에는 삶이 이미 충분히 바쁘다.
철학자의 생각과 함께 글쓴이의 재치가 어울어져 기차가 목적지를 향해 가듯이 술술 우리 머릿속으로 철학자의 생각을 담아준다. 물론 쉽지는 않다. 애초에 철학이란 것은 궁금한 것에서 출발해서 때로는 소크라테스처럼 서 있기도 하고 때로는 루소처럼 걷기도 해야한다. 간디처럼 싸우기도 하고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서 벗어나기도 해야한다. 그런 경험을 바쁜 현대인이 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글쓴이가 대신해서 기차를 타고 철학자들의 발자취를 찾아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통찰하는 여행을 한다. 그래서 글쓴이의 여행을 따라가며 이 책을 읽다보면 글쓴이가 찾아다닌 철학자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의 생각이 조금은 정리가 될 듯 싶다. 언뜻 괴짜처럼 보이는 철학자의 삶에서 통찰을 찾아내고 현대인을 대변해서 재치있는 문답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린 소냐와 대화하면서 당황하는 글쓴이의 모습에서 철학은 어렵지만은 않고 그래도 재미있고 유익한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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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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