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은 언제나 신화여행이다. 인도는 어느 곳에 가도 신화가 숨쉬는 땅이다. 인도의 사원은 어디나 신화의 재현이며, 인도의 가정은 신화를 재현한 사원의 재현이며, 식당에도 가게에도 신화를 재현한 사원이 축소되어 있고, 심지어는 버스에도 신화를 재현한 신전이 있다. 12억 인도 인구의 82%가 힌두교를 믿고 있는 만큼, 그들 인도 사람의 대부분의 마음속에는 인도신화가 숨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단 한순간도 신화를 잊어본 적이 없다. 밥을 먹으면서도 노래를 하면서도 똥을 싸면서도 심지어는 섹스를 하면서까지 신을 생각한다.

(중략) 

인도의 수많은 사원들은 주로 힌두교의 인격신을 숭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인도신화기행’이 그 신들을 만나는 것으로 전개될 것임은 자명하다. 신들을 만난다고 해서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뜬구름을 잡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인도신화는 엄연한 현실이며, 그것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인도신화를 해석하는 인도인의 눈이 참으로 여럿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신을 섬기는 방법도 가정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그러니까 내가 쓴 인도신화기행은 나의 인도신화기행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고, 그 이야기에 대한 해석은 곧 나의 생각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인도를 떠나 영원히 인도로 간다.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인도는 내 마음속에서 영원한 것이기에, 아니 영원한 것은 물론 없겠지만, 이제부터 내가 이야기한 것은 현실의 인도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 거주하는 인도이다.

-서문에서

인도 신화 기행
차창룡 저 | 북하우스 | 2007년 0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