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

암시랑
- 작성일
- 2021.1.21
그동안 매뉴얼 중심의 책으로 화면 구성이나 툴 설명에 필요한 정도의 제한적으로 예제를 따라 하는 정도로 그치고는 했는데 이 책은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부분의 테크닉을 집중해서 따라 해볼 수 있어 안 먹어도 배부를 지경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한꼭지의 이야기로 에피쿠로스, 베케트, 히틀러, 가의, 노스 등 위대한 사상가들을 제대로 알 순 없다. 하지만 이들의 사상과 철학을 엿보면서 무언가를 깨닫고 더구나 아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분명 어른이 되기 위한 지적 도구로 이 책은, 아니 한꼭지로도 충분하다. 또 그들의 이야기에 저자의 사견이 더해져 독자가 자신만의 사유에 빠질 수 있도록 돕는다.
빼곡히 소개된 명언들을 곱씹으며 읽다가 마음을 흔드는 문장을 만나면 필사를 하며 조용히 읊조리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나저나 프랜시스 베이컨은 독서는 단지 숙고와 고려하기 위해 읽으라는데 그게 재미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 나는 언제쯤 그게 될까 싶었다.
이 책은 새해를 여는 시기를 시작으로 사계를 거치는 동안 얽히고설킨 인간사의 희로애락에 관한 깊은 성찰의 이야기다. 저자가 고르고 고른 고전을 요즘 세태와 연결 지어 기가 막히게 풀어 놓아 김득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곁에 두고 독수기에 실을 만큼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낯선 환경에서 느리지만 비로소 자기 삶을 찾아내는 그를 통해 인생의 방향이 직선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또 사랑이 전부일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린 상대가 익숙한 것을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여성 인권의 문제, 영국과의 시대적 상황, 종교와 일부다처제라는 문화에 추리 소설 형식을 덧입혀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하는데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끝까지 어우러지게 만든다. 어깨에 힘을 잔뜩 줄만큼 긴장을 유지해야 할 만큼 속도감 있는 전개는 아니지만 독자에게 여러 감정을 선사할 만큼 섬세함과 힘이 있다. 낯설지만 흥미롭다.
이 책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인생을 희극으로 바라보는 그의 통찰이 묵직하면서도 부러움을 동반한다. 게다가 등장하는 지인들도 그 못지않다. 가벼운 문체 속에 인생이 묵직하게 담겨 있어 '기어이' 오십을 철학 하게 한다.
이 책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자아 심리, 투자와 소비 성향에 따른 경제 관점까지 두루 다루고 있어 그저 한번 읽고 책장에 꽂아놓는 장식용이 아니다. 일상 혹은 직장에서 관계 때문에 종종 수렁에 빠진다면 기가 막힌 자습서가 될 듯하다. 적절한 처방전을 받는 것처럼 옆에 두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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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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