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

암시랑
- 작성일
- 2023.6.2
본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는 권 선생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오 선생과 권 선생 각자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일들이 마치 영화 <라스트 듀얼>처럼 흥미로웠다. 너 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시절, 우리에게 구두는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책이다.
자기 전에, 고민으로 머리가 묵직해 진다면 어딜 펼쳐도 편안하게 될지 모른다. 잠언서 같지 않은 잠언서랄까.
작가의 고단함을 어찌 속속들이 알겠냐마는, 다만 지쳤다고 표현해도 될 일을 부러 안 그런 척 씩씩한 척 가면 뒤에 숨겨놓다가 곪을까 걱정된다. 부디 자그마한 행복이라도 자주 쌓이고 쌓여 상처와 고단함이 조금은 덜어지길 바란다. 그는 그래도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 단순하게 위로를 위한 사탕발림으로 다독다독하는 그런 책은 확실히 아니다. 눈물 쏙 빠질 만큼 뼈 때리는 직언은 넘쳐나고,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자아에 휩쓸리는 오류를 범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조언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100가지의 조언을 모두 지킨다고 시간 연금술사는 되기는 어렵겠지만 이 중에 자신에게 맞고 필요한 조언들을 기억하고 노력한다면 어설픈 시간 연금술사는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바쁘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물거리는 시간 연금술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아, 시집 제목이 너무 사랑스럽다. 이토록 사랑스러우니 읽어 줄 수 밖에. 당신의 첫사랑을 아직 모를지언정 부디 나의 첫사랑과 같았으면 싶다. 시인이 추려낸 40개의 시에서 어쩌면 여름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인생에서 흐릿해진 것들이 선명해진다. 불편하고 어두운 기억도 있지만 밝고 즐거운 기억이 이리 많았나 싶다. 그리고 그리운 사람 한 명쯤 또렷해지는 기분은 참 괜찮다. 가슴 따뜻한 산문이다.
우정은 실로 그가 말한 것처럼, 좋은 면을 응원해 주는 미덕보다 부족한 면을 비난하지 않는 덕목이 우정을 유지하는 데 더 중요할지 모른다. 그래서 우정은 서로 잘 참아 주는 일일지도 모르고. 이미 40년이나 친구로 남아 있다는 것은 그런 우정이 몽돌처럼 깎이고 깎여 둥글둥글 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분명 그는 도둑이다. 내 마음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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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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