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

암시랑
- 작성일
- 2023.8.31
다정함으로 무장한 그와 동시에 존칭과 '씨'를 올려 붙일 적당한 거리의 친밀감이 있는 누군가와 서신을 주고 받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지만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 갑자기 내 관계망이 심히 허술했음을 자각하며 잠자리가 뒤숭숭해질 것을 예감한다. 이 책 강추하고도 남는다.
이 책으로 말끔하게 치유를 받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자신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부모와의 풀리지 않은 숙제를 안고 살아내느라 죽을 만큼 힘들어 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다. 만약, 내 삶이 뭘 해도 안 되고 무기력한데다 좌절이 익숙하다면 내 잘못이 아니라 부모와의 풀리지 않은 감정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면 아이를 빨리 성숙시켜야 숨 쉬고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음을 공감하게 돕는다.
시집은 뭔가 사라지는 것들이 있는데 막 슬프진 않고, 그렇게 사라지는 것들 뒤에 뭔가 딸려 오는 게 있어선 가? 여하튼 심장 모니터에 그어진 직선처럼 감정은 리듬은 잃었지만, 다정한 시어들은 요동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렇게 스민다.
책은 묵직해서 머리를 누를 만큼 생각거리가 많기보단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편안하게 읽힌다. 복잡다단한 인간 관계에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덧입혔다. 한참 생각하고 심각하게 고민스럽게 만들지 않고 독자도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처럼 아주 친근한 이야기다.
별똥별이 되고 싶다던, 되겠다던 시인은 왜 몇 발자국, 몇 발자국을 옆으로 가야 했을까, 별빛만큼이나 많이 궁금했지만, 이 시집은 시인 이동순의 해설처럼 난삽하고 시적 상징 혹은 복선을 찾아 헤매야 하지 않아 좋다. 산문처럼 평이하게 술술 읽혀서 좋다. 오랜만에 가슴이 몽글해졌다.
이 책은 단순히 뛰어난 기획자의 성공 사례를 풀어 놓은 정도로 치부하기엔 아쉽다. 사례를 참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획자의 생각을 훔쳐 볼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모든 설명과 조언이 간단 명료해서 이해도 쉽다. 일상의 문제에 시선이 닿을 때, 기획은 시작된다! 오늘부터 눈알 좀 굴려봐야겠다.
글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게 좋은 문장만을 쓰는 일이 아니라는 걸, 필요한 것은 결국 스스로 단단하게 잘 살아가는 일이라는 그의 철학을 나누는 책이다. 다정하고 다감한 그를 만나게 되어 얼마간은 뿌듯하다. 문득 강릉에 가고 싶다.
푹 빠지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지만 그림이 있었으면 더 흥미로웠겠다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아무튼 재밌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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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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