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읽으면서 자괴감이 치솟지만 제대로 쓰고 싶다는 바람을 다잡게 만드는 힘이 있던 책들이었다. 이번 책도 그러할 조짐이 있다. 시작부터 이런 문장에 꽂히는 걸 보면.

"맞춤법 책을 읽고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고 해서 바로 맞춤법에 맞게 글을 쓰거나 고칠 수는 없습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손에도 익혀야 하니까요. 아예 습관처럼 몸에 배게 만들어야 한달까요."

9쪽, 맞춤법의 늪에서 헤어나는 방법

결국 쓰는 데 있어 우아한 맞춤법을 펼치려면 몸, 아니 손이 기억하도록 주야장천 써야 하는 일이라는 걸 주지시킨다. 유레카까지는 아니더라도 격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그 문장 말미에 문득 마음에 걸리는 단어가 있다. '배게'는 동사인가? 어쨌든 냄새가 배는 것인지 베는 것인지, 베개는 배는 것인 베는 것인지 헷갈렸다. 역시 쉽지 않다. 맞춤법의 세계는.

찾아봤다. 배게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기본형으로 배다를 찾았다. 역시 동사. 활용형이 배어, 배니,다. 그렇다면 배게는 뭘까.

처음부터 레벨 테스트 당하는 기분으로 문제 앞에서 고심 고심하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미간에 주름까지 잡아가며 이러고 있나 싶어서.

다 맞혔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다는 저자의 쿨한 허락에 주춤했다. 넘어가도 되나? 자신은 없는데 답도 없다. 작가 양반 나 넘어가도 되겠소?

이어 띄어쓰기 설명에서 동사는 떼고 접사는 붙인다며, 앞이든(접두사) 뒤든(접미사) 혹은 중간이든 단어를 연결을 해야 하니 딱 붙어야 한다는 설명이 착 붙는다. 은근 헷갈리는 것들이 많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계속 반복 학습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은근 좌절감을 더해 주는 숱한 문제들 사이에서 반가운 것들도 덩달아 발견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너머와 넘어다. 이게 은근 헷갈렸는데 '실제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 걸 기준으로 한다니 이보다 쉬운 설명이 있을까. 이해가 쏙쏙 된다.

이 책은 소릿값, 표기법, 띄어쓰기 등을 구분해 단계별로 반복해 풀어보면서 눈과 손에 익히게 만든다. 문제와 답, 해설을 곁들여 이해를 돕고, 추가로 11개의 붙임 글을 통해 아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족집게 과외를 해준다.

솔직히 시종일관 쪽지시험을 받아든 학생 심정이 되지만 풀면서 이해와 익힘이 확실히 좋아져 재밌다. 학창 시절이 이랬다면야 서울대도 거뜬했으리라.

끝까지 도착했다면, 마지막 저자의 도발 앞에 도전! 을 불러 일키는 승부욕 발작 버튼을 누르게 된다. 맞춤법을 좀 한다는 사람이 되고프다면 이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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