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웬만한 도시와 마을에서는 농부들이 자신들의 집에서 수확한 농작물들을 직접 내다 파는 직거래 장터가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이곳 카티카티도 마찬가지여서 어제는 그곳에 다녀왔어요.

 

'Katikati Plant and Produce Market'이라고 불리는 이 장터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마을 초입에 있는 교회 옆 넓은 공터에서 열립니다. 이 금요일 장터에 참가하는 농부들은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교회 성금으로 낸다고 하더군요.

 

 

개장 시간에 맞춰 가보니 벌써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장을 보고 있네요. 저희 부부도 하나 하나 둘러보면서 장을 봤습니다. 아내는 유기농 채소 판매대 앞에서 채소 몇 가지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고 저는 농부가 직접 채취한 마누카 꿀벌을 한 통 샀어요. 슈퍼 마켓에서 파는 것들과 가격 차이가 그리 나지 않아 보였지만 그래도 유기농산품이라니 훨씬 더 좋을 테지요.

 

 

빵 굽는 커다란 화로까지 가지고 와서 즉석에서 빵과 피자 따위를 구워 파는 곳도 있었어요. 빵 굽는 냄새가 너무나 좋아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구경을 하면서 잠깐 주인 아주머니랑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 예상과는 달리 본인은 이태리인이 아니고 이곳 태생이고 남편이 프랑스인이라고 하네요. 피자를 보고서 이태리인으로 속단했는데 구운 빵들을 보니 맞아요, 프랑스 풍이더군요. 그렇게 방금 구운 따끈한 빵 몇 개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이곳에서 많이 나는 과일 중 하나인 아보카도를 빼놓으면 왠지 허전할 것 같아서 농약을 치지 않았다고 팻말에 써놓은 아보카도 판매대 앞에서 멈췄어요. 3달러에 무려 7개를 준다고 하니 정말 싸다고 아내의 입이 함박 벌어졌습니다. 오클랜드에서 살 때 한두 번 먹어보았지만 맛도 좀 그렇고 가격도 좀 비싸서 거의 먹지 않았던 과일인데, 여기서는 이렇게 싸게 파니 한번 맛을 들여봐야겠다고 하네요. 시원시원한 주인 아주머니에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이곳으로 이사 잘 왔다고, 환영한다며 덤으로 1개 더 얹어줘서 모두 8개의 아보카도를 장바구니에 담아 왔습니다.^^

 

 

이제 장바구니가 어지간히 찼는데도 아내는 발길을 돌릴 생각을 안 합니다. 이제부터는 야채 샐러드에 치는 드레싱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해먹겠다고 거기에 필요한 허브 몇 가지를 더 사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각종 허브들을 파는 판대대 앞에서 바질과 파슬리와 민트를 골랐습니다. 훤출하고 잘 생긴 젊은 농부가 손수 키웠다고 하는데 향기가 정말 좋더군요. 

 

 

그렇게 이곳에서 재배된 무공해 유기농 농산품들로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녁상에 오른 야채 샐러드에 싱싱한 아보카도 몇 조각이 섞였는데 그게 참 맛있더군요. 예전에 먹었을 때는 그저 밍밍한 맛이어서 별로였는데,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맛있게 여겨지는 걸까요? 아무튼 아보카도 맛들이는 일이 조금도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