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이후니
  1. 그 섬 안의 등대

이미지

성탄절이다.

우리집 근처에서 아보카도 농장을 하는 교민 댁에 다녀왔다.


써니 아줌마는 연어회를 곁들인 스시 몇 종류를 손수 만들어 내놓았고

아내는 돼지고기를 다져놓은 동그랑땡과 해물파전을 부쳐서 가져갔다.

이곳의 푸짐하고 화려한 성탄절 상차림과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우리 입맛에는 최고인 이 음식들로

나이 든 두 커플이 맛난 성탄절 점심을 먹었다.


모처럼 우리끼리 한국말로 실컷 수다를 떨고

햇빛 뜨거운 시간을 살짝 피해서 오후 4시 무렵부터

벼르고 별렀던 텃밭 마늘 수확에 돌입했다.



한달 전쯤부터 다 자란 마늘 잎파리에

누런 반점이 번지며 고스라지는 병에 걸려서

마늘쫑도 하나도 안 올라와 실망했고

혹시 뿌리까지 병이 퍼지지나 않았을까 마음을 졸였는데

수확해 보니 다행히 마늘 알뿌리들은 싱싱하다. 휴우.


제법 알이 굵은 놈도 몇 되지만

대체로 생각했던 것만큼에는 미치지 못하는 크기.

알 굵은 씨마늘을 용케 구해서 심은 것이었기에 기대가 컸었는데

그래도 병으로 누렇게 마른 잎사귀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라도 굵어졌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한 시간 남짓 아직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내가 땅을 헤쳐서 뽑아낸 마늘 알뿌리들을

써니 아줌마와 아내가 흙을 털어내고 정리를 해서

너댓개씩 한 묶음으로 만들어 헛간의 빨래 건조대에 널어 놓았다.

한 접도 안 되는 양이지만 두 집이 올해 먹기로는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내 손으로 처음 기르고 수확해본 성탄 마늘, 예쁘고 뿌듯하다.


아내는 아주 자잘한 것 여남은 개를 

장아찌용으로 골라내어 집으로 가져왔다.

저녁을 먹고 나서 마늘 장아찌를 담갔다.

온 집안에, 내 몸에서도 마늘 냄새가 진동하는데 싫지 않다.

성탄 마늘 냄새가 아기예수 말구유의 짚가리 냄새보다 더 구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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