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서평

책숲
- 작성일
- 2022.10.3
민트 돔 아래에서
- 글쓴이
- 송경화 저
한겨레출판
'기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극한 직업이었구나....'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어디 어디 기자라고 하면 참 멋져 보였고 기자가 되기 위해 참 많이 노력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기자라는 직업도 그 이면에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생각지도 못하는 일들이 무궁무진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기자인 이 책은 각색한 소설이긴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참 많은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현직 기자이며 오랫동안 기자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취재 해 온 베테랑 기자여서 독자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마치 카페에서 내가 기자와 함께 카페인이 듬뿍 담긴 카페모카를 시켜 놓고 방금 취재한 국회의원에 대한 특종 기사를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느낌 말이다.
특히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해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객관적 정보를 서술해 놓은 책도 의미가 있겠지만 스토리가 있는 소설로 기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탐색해 볼 수 있다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미래의 나의 이야기처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학생 맞춤형 진로지도, 새로운 진로 컨설팅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정치부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국회의원들의 워딩을 따내고 특종을 잡아내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애 쓰는 일, 기자들 사이에서도 신문사별로 경쟁하고 직책에 따라 하는 일이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도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부분이다.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나로써는 사실 기자를 직접적으로 만날 일은 거의 없다. 기자를 직접 대면하는 일이 생기면 십중팔구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다. 코로나19 초창기 때는 학교에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기자가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학교로 연락해 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 외에는 간간히 학교행사 등이 신문 지면에 사진과 함께 실리는 경우인데 대부분 기자를 대면하기보다는 기사거리를 메일로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자에 대해 단시간 안에 특별히 관심 분야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읽게 된 것도 놀라운 부분이다.
이 책에서 기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주로 하는 워딩이 '정치는 생물이다' 라는 말이다.
나도 아침에 출근할 때 라디오 방송에서 이 말을 간혹 듣곤 했다. 유력 정치인이 라디오 방송에 응하면서 앵커가 이러저러한 상황에 대해 답변을 요구할 때 주로 하는 대답이 '정치는 생물입니다' 라는 말이었다. 기자들에게도 있어서도 이 말은 그 업계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말이 아닐까 싶다. 신념을 신발짝 버리 듯 하는 정치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그 말이고, 약한 자의 편에 서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말은 '정치는 생물이다' 라는 말이다.
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 현실의 이익을 쫓지 않고 직업적 소신을 지켜가는 책 속 주인공 '송가을'의 두문불출하는 모습을 보며 현재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기자에게만 유혹이 강하게 다가올까? 어떤 직업이든 자신이 처음 가졌던 직업적 소신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타협하지 말아야 것들에 대해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필요할 것 같다. 돈이 타협거리가 될 수 있고, 권력과 자리가 타협거리가 될 수 있다. 명예와 아첨하는 소리가 강하게 유혹해 오는 나이를 살고 있기에 소설 속 국회의원들의 이야기, 신문사 기자들의 이야기가 남 얘기가 아니고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