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서평

책숲
- 작성일
- 2017.10.7
여행의 품격
- 글쓴이
- 박종인 저
상상출판
"모든 사람이 사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여행길을 떠난 사람이라면 그 땅에 얽힌 이야기를 눈곱만치라도 알고 떠났으면"
저자는 여행작가다. 볼 만한 장소, 먹거리가 있느 장소를 알려주는 작가가 아니라 여행지에 얽힌 이야기를 역사적으로 밝혀내고 관련된 인물을 만나도록 안내해 주는 작가다. 이름을 붙여 본다면 역사여행작가? 책 제목 <여행의 품격>처럼 여행의 품격을 높여주도록 제작된 책이다. 그가 찾아낸 여행지 35곳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라기보다는 스쳐지나갔던 곳이다. 강원도 양구 펀치볼, 태백 매봉산, 단양 온달산성처럼 가족들과 함께 들뜬 마음으로 찾는 여행 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작가가 찾아낸 이야기를 읽어 본다면 누구나 한 번 쯤 꼭 가고 싶은 곳으로 변하게 되는 여행지가 된다.
홍천 내면, 두촌면 은행나무 숲은 경치가 아름다워 주말이면 많이들 가는 곳이지만 왜 그곳에 은행나무 숲이 조성되었는지 스토리를 알고 찾는다면 여행의 품격이 높아지리라 생각된다. 경북 성주는 조건을 건국한 전주 이씨 집안과는 상극인 성주 이씨 집성촌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를 이끌고 온 이여송이 성주 이씨며 명나라로 이주한 뒤 전주 이씨가 개국한 조선을 구하러 왔다니 이여송이 과연 적극적으로 왜를 무찌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에 얽힌 땅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알고 찾는다면 여행의 맛이 더 새로워질 것이다.
자작나무 숲으로 유명한 인제 원대리 숲은 원래 소나무로 울창한 곳이었지만 솔혹파리병으로 고사한 뒤 자작나무 숲으로 변신한 케이스라고 한다. 인공 조림한 숲인 셈이다. 또 한 가지 인제는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죽은 곳으로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임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마의태자와 관련된 지역 이름을 찬찬히 살펴보면 망국의 한이 서린 신라소국 인제를 더 깊게 알 수 있게 되리라.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있다면 서울 북촌 마을이 조선 사대부가 살았던 마을로 알고 있지만 실상 북촌의 한옥들이 일제 강점기 시기 일본 건축업자들과 대항한 민족 건축업자 정세권의 눈물 겨운 내 땅 지키기 일환으로 사비를 털어 지은 1930년대 신식 한옥 마을임을 역사적으로 밝혀 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서울 관광 명소임에도 불구하고 북촌 마을을 소개한 안내지에는 아직도 조선 사대부 양반들의 거처로 잘못 소개되어 있다고 하니 작가의 조언을 들어 다시 수정한 안내지가 배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처럼 <여행의 품격>은 여행 마니아들 뿐만 아니라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의 필수품이 되었으면 한다. 역사를 알고 그곳을 지켜낸 사람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여행지에서 가졌으면 한다. 품격 있는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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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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