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1. 시(詩)와 함께 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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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 한 장


                             - 안 도 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안도현님의 그 유명한 詩 '너에게 묻는다'가 떠오른다.


 


  너에게 묻는다


                - 안 도 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대학시절 어느 친구가 이 시를 보더니 왈,


  "난 차도 된다. 난 누군가에게 정말 뜨거웠던 적이 있으니까."


  그 말을 듣고 주위 친구들과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 친구 말처럼 연탄재를 차도 될까?


  연탄재를 차는 것은


  또한 스스로를 차는 것과 같지 않을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연탄재를 차서는 안 된다.


 


  한낱 연탄만 그러랴... 


  따지고보면


  내 주위에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나를 위해 드러냄 없이 스스로를 희생하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을까.


 


  삶이란 나를 으깨는 일이라고 한다.


  그 으깨어짐이라고 하는 것이


  비단 몸을 희생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리라.


  사람이 으깨어질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심지어는 말만으로도 남을 위해 스스로가 으깨어질 수 있다.


 


  이런 멋진 詩 한편


  가끔 꺼내 볼 수 있다면


  그때마다 커다란 용기가 생겨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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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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