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그림책 리뷰

밤비
- 작성일
- 2023.1.26
안녕, 열여덟 어른
- 글쓴이
- 김성식 저
파지트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 부모님은 아이가 매우 어릴 때 이혼을 했고 부모 중 한 분은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아이의 현재 거처는 보육원이었다. 남은 부모가 아이를 보육원에 보낸 것이었다. 생계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너를 키우기 불편하고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여전히 궁금하다.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이야기를 들으며 아주 잠깐, 이 아이에게 그 어느 쪽 부모님도 아예 계시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10대가 되어 부모님께 버림 받은 셈이었다. 고아가 아님에도, 보살펴 줄 여건이 되는 부모가 있음에도 보육원에서 생활할 수 있음을 처음 인지한 순간이었다. 그 당시 아이는 보육원 퇴소를 1년 정도 남겨두고 있었다.
만 18세가 되면 아동복지시설을 나와 자립을 해야 하는 아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한다. 퇴소를 할 때 자립금을 지급하지만 글쎄, 단지 돈을 지급하는 것이 능사일까? 의문스러웠다. 외국의 다양한 지원제도들을 보고 있자니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실질적인 자립지원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서는 여전히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다.
우리부터 그들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 속이 녹아있을 편견과 미디어가 쌓아올린 그들에 대한 거짓 허물을, 비난을, 부정적 그림자를 벗겨야 한다. 아이에게 가정폭력을 행하는 한 성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흔히 우리는 이 성인이 과거에 가정폭력에 노출되었을 거라 쉽게 생각한다. 결론은 이렇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성인들 중 일부는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거에 좋지 않은 경험이 있었다고 해서 그 모든 아이들이 자라 좋지 않은 행위를 하는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에는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과거에 그 어떤 부정적 상황에 노출이 되었든 우리 인간 대부분은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실제로 어린시절 가정폭력에 노출되었어도 누구보다 건실하고 반듯하게 성장한 어른이 훨-씬 더 많다!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해, 그들의 과거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그들의 미래를 재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소중한 이유는 성공하거나 모범적으로 자랐기 때문이 아니다. 마침표를 찍지 못했더라도 그 시간을 견뎌내고 고통에 아파했던 모든 것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내가 자립준비청년들의 삶 안에서 감동을 느낀 이유는, 인간으로서 진실되게 살아난 이들의 삶 자체가 감격스러웠기 때문이다. (p. 167)]
자립준비청년들의 성공 모델을 지양하고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보통의 청춘’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했다. 그들이 보통의 다른 청년과 다를 게 무엇인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 순간부터 그들에게 나름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우리다. 제각기 다른 형태의 가정이 있듯 그들도 보육원이라는 형태의 가정에서 양육 받았고, 성인이 되어 독립하는 과정을 겪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청년들은 그런 과정을 겪는다. 그렇게 바라보면, 자립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시각과 고민, 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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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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