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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옹알이
- 작성일
- 2022.10.22
불완전 채식주의자
- 글쓴이
- 정진아 저
허밍버드
보통 남편과 둘이 삼겹살을 먹으러 가면 둘이서 2인분으로 충분하다. 나는 0.5인분 밖에 못 먹고 그 덕에 남편은 1.5인분을 먹을 수 있으니 충분한 것이다. 고기를 정말 좋아하는 내 동생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랜다. 보통은 둘이 고깃집에서 2인분만 먹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한다. 임신하고서는 입맛이 조금 바뀐 탓에 1인분 정도는 먹는 것 같다. 임산부에게 추천하는 식단에도 고기는 훌륭한 단백질원으로서 존재한다. 육식을 선호하진 않지만 거부하지도 않았다. 조금만 둘러봐도 육식이 편한 세상이다. 자연스레 고르고, 자연스레 먹고, 자연스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선호도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고기를 거리끼는 사람이 드물다.
나는 고기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체질이라 고기를 덜 먹어왔던 것이지 그것이 나의 사상이나 신념에 의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상과 신념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편의점에서도 심심찮게 비건 제품을 볼 수 있다. 채식주의 제품을 검색했을 때 꽤 많은 결과물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꽤 많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던 '비건' 혹은 '채식주의'라는 것이 점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보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
《불완전 채식주의자》는 지금과 같이 우리 사회가 비건을 받아들이기 이전부터 채식주의를 실천해온 저자의 고군분투기다. 그 고군분투에는 타인이 무심코 던진 비건을 향한 편견의 시선과 더불어 저자 본인의 식성에 대한 기호까지 포함된다. 그렇다. 저자는 너무나도 육식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은 지키고 싶은 강렬한 신념 때문이다. 신념에 지고,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육식을 선택하는 날도 있지만 저자는 꾸준히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저자를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 '불완전 채식주의자'이다.
[동물권에 대하여]
저자가 채식을 선택하게 된 것은 몇 년전 있었던 '구제역 돼지 살처분 사건' 때문이었다. 구제역으로 몇 백만 마리의 돼지가 산 채로 땅에 묻히는 영상을 본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상식인데, 구제역은 밀집된 사육 시설이 아닌 자연에 존재하는 돼지에게는 노출될 위험이 적고, 치유가 가능한 병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구제역 살처분'은 말 그대로 인간이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밀집된 사육장에 키우면서 위험도가 올라간 병이고,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감염 되지 않은 개체를 포함한 몇 백만의 생명을 '편리하게 처리하기 위해' 산 채로 땅에 묻은 사건이다.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이 일로 돼지 농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농장주의 이야기도 뉴스에 보도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저자는 '동물권'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동물도 태어난 그대로 본능에 맞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생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육식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은 저자가 직접 닭, 돼지, 소, 개농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노동 에세이였다. 이 책을 쓴 저자도 실제로 그곳에서 일 하면서 고기로 태어난 농장의 동물들이 얼마나 참혹한 삶을 사는지, 인간의 편의와 효율성에 의해 짓밟힌 생명 존엄성이 얼마나 잔혹한지에 대해 토로했다. 비단 농장의 동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육식이 아니어도 동물원, 모피, 화장품 실험 모두 다른 생명을 짓밟는 이기심이다. 인간의 편리에 의해 동물이 도구가 되는 예시다.
물론 오랜 시간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이 모든 것을 배제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선택으로 동물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는 있다.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평범함보다 유별남을 선택한 사람들. 분명한 것은 모든 생명에게 존재 그대로 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동물권도 그런 생각의 연속이다. 성숙한 사회라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존재의 고통까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과거 노예 제도가 있었을 때도 인간이 타인의 생명에 얼마나 잔혹 했는지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동물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후에 역사를 찬찬히 되짚었을 때 드러날 일이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읽고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당장에 고기, 달걀, 우유를 포기하는 삶을 살겠다고는 못 하겠다. 영양학적으로도 그렇고 일상에서 누릴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나를 위해 식탁에 올라온 고기를 감사히 먹는 것, 소중한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 동물 복지에 힘쓰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 동물 실험이 시행되는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 모피로 만든 옷에 반대하는 소리를 내는 것, 웅담 채취로 괴로운 삶을 산 곰들의 남은 생에 관심을 가지는 것 등등. 고작 내 마음 속 작은 변화로 무엇이 변하겠냐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자와 같이 '불완전해도 지속하는 삶'을 산다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 바꿔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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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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