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왕자로 추정되는 인물로 중국으로 건너가 달마에 버금가는 선풍으로 중국 초기 선종을 부도한 인물이라는 표현에 나는 당연히 ‘김교각’(金喬覺, 696 ~ 794) 스님을 생각했다. 몇 개 어긋난 곳이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김교각 스님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설명의 실제 주인공은 정중무상(淨衆無相) (684∼762) 스님이었다.

정중무상 스님에 대한 설명에는 다시 하나의 설명이 붙어있다. 스님이 중국 오백나한 중 455번째 조사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307위에 달마존자가 있을 뿐 오백나한은 모두 인도의 승려들로 채워졌다. 물론 한국의 오백나한전도 마찬가지다. 그럼 중국 불교에서 절대적인 인물로 숭앙받았으면서 우리 불교에서는 거의 기록이 없는 이분은 누구일까.

얼마전 출간된 최석환의 ‘정중무상평전’(차의 세계 간)을 읽으면서 그의 실체를 어림잡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지나는 길에서 몇번인가 정중무상이라는 분을 스쳤지만 알지 못했기에 느끼지 못할 따름이었다.

우선 정중무상 스님은 684년신라왕가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무상 스님은 736년(속가 52세) 당나라로 건너가 당현종과 첫 대면한 후 선정사에 머물렀다. 다음에 쓰촨으로 건너갔고, 그곳 선단의 중심인물이 된다. 이후 안록산의 피신온 당현종과도 만나고, 티벳 불교와도 교류하고, 측천무후와도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762년 5월19일에 입적한다.

중국에서 불교가 본격적인 흐름을 탄 것은 오조(五祖) 홍인(弘忍 601-674)부터다. 이후 6조 혜능(慧能, 638 ~ 713.8) 같은 인물로 인해 중국 선종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된다. 저자는 혜능의 남종선이 나오기 전에 지선, 처적, 정중무상으로 이어지는 염불선이 촉나라 선종을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후 혜능의 남종선이 중심이 되면서 정중무상 역시 불교사에서 소외되는 처지가 된다고 본다.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정중무상에 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저자의 노고가 돋보인다. 하지만 책의 구성이나전체적으로 보완해야할 점도 많다. 우선 책으로 보다는 학술논문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또 같이 이야기가 계속 중언부언되어서 독자의 관심을 떨어뜨린다.

어떻든 역사스페셜을 통해 방송은 됐다지만 중국내에서 활동한 위대한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이다. 가령 쓰촨과 한국의 인연을 말할 때 정중무상 만한 분은 없을 것 같다. 없는 이야기도 만드는 게 지금의 현실인데, 소중한 이야기를 사장시키는 것도 너무 엉뚱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저자의 책은 충분한 의미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