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 좋은 책★★★★★
행복한왕자
- 작성일
- 2014.7.20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 글쓴이
- 윤대녕 저
현대문학
오늘은 부산에 당일 치기로 다녀왔다.
회사의 지인이 부친상을 당하여 비행기로 한시간, 전철타고 또 한 시간...왕복 여정만 4시간.
그 시간을 동행했던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윤대녕의 글에서 나와 닮은...다르지만 같은...뭐 그런 부분을 많이 느낀다.
어린 시절에 이런 저런 부침이 있었다는 점, 글을 좋아했다는 점, 어울리진 않지만 그가 불문과 출신이라는 점...그리고 뭔가 묘하게 글루미한 부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아마도 나같은 종류의 인간이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이 아닌...일산 어딘가에서 글을쓰며 밥먹고 산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 안에서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제목만 보고는 파트릭 모디아노를 떠올렸다.
이 책을 읽고, 혹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고 느끼는 바는 각각 다르겠지만,
공간에 대한 어떤 애틋함..혹은 아련함은 나만 그런건가 싶었는데...나 뿐만이 아니라는 그런 느낌...좋았다. 이렇게 섬세한 사람이 살고 있다니..나는 너무 섬세해서 미칠 지경인데, 못지않게 혹은 더 섬세하고 예민한 듯한 작가의 글이 나는 좋을 수 밖에 없다.
책 속에 몇 년 전에 보았던 정경화의 협주 내용이라든지, 내가 가본 장소에 대한 언급되는 것 역시 좋았다. 그 시간은 달랐겠으나(혹은 같았을 수도 있었겠고), 같은 공간에 머물렀었음에 대한 공기라도 공유했었을 것이라는 느낌...따뜻했다.
글 자체로만 보면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과 별반 다르지않다.
윤대녕이 윤대녕스러운 글들을 써내려갔다.
앞으로도 그가 내는 글들을 족족 읽으면서 나는 공감하리라, 감탄하겠고...그리워 하리라.
덧붙임.
책에 대해 몇 마디 하자면...책 중간 중간에 허접한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어, 책의 품격을 콱 떨어지게 한다. 컬러도 아니고, 볼펜으로 대충 그려서 인쇄해놓은 듯하여 나올때마다 신경이 거슬린다. 차라리 예쁜 사진이 들어있던지, 아예 없던지 했다면 이 책에 집중이 더 잘되었을 것 같다.
연재한 것을 책으로 냈다고 해도, 분량이 모자란다면 한 두편 더 보충해서 책을 냈으면 어땠을까?
현대 문학,이 조금 엣지있게 책을 만든다 생각했는데...엣지가 아니가 에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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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