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책

술패랭이
- 작성일
- 2013.4.6
옥수동 타이거스
- 글쓴이
- 최지운 저
민음사
<기성작품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담긴 작품>
서울의 달동네라고 하면 옥수동 금호동이 떠오른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라서 그럴지 몰라도 옥수동 재개발을 둘러싼 이야기라고 해서 학생들의 이야기면 고달픈 내용이 많겠구나 하면서 둥근달이 떠오른다. 한경 청년신춘문예가 무엇인지 낯설기는 하지만 청년들의 글쓰기를 활성화하는 상을 탔다는 데서 기존 작가들과 구별되는 신선한 감각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옥수동 달동네도 아닌 옥수동 타이거스라니 묘한 냄새가 폴폴 풍기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첫인상을 그랬다. 청춘무협소설. 영화로는 화산고. 연상되는 것들이었다. 평소 무협지에 손가락 하나 걸쳐보지 않은 탓에 그 느낌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화산고를 보면서 들었던 그낌이 이 소설 곳곳에 묻어난다. 물론 글을 풀어나가는 형식적인 면에서 그런 무협지나 무협영화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8년까지 옥수동 재개발사건을 둘어싸고 일어났던 일들 중에서 동호공고폐교가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알고 있는 고등학교이다. 매봉산 바로 아래 옥수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동호공고. 지금은 이 학교가 방송고등학교로 바뀌고 일부는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잡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옥수동 개발을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울고아파했다는 것정도는 미뤄짐작할 수는 있다.
용공고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폐교 위기의 학교에는 전설적인 쌈꾼들이 있는데 일명 오호장군이란다. 작가는 오호장군을 한명씩 거론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싸움을 기술을 거론하고 이들의 전설적인 승리의 싸움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기도 한다. 마치 인터뷰를 하듯이 중간중간 인터뷰를 싣는가 하면 이들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까지 알려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작가는 수필과 방송고 단편영화를 통해 실린 오호장군, 일종의 고등학교 폭력써클-의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수집과 인터뷰 조사 등을 통해 이들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담고자 했음을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기성 작가들에게 볼 수 없는 시크함과 털털함, 인터뷰 장면이나 기사도 불쑥 넣어버리는 유쾌함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말처럼 일개 고등학교 폭력써클의 이야기지만 이들 역시 자신들이 원하지 않았던 환경에서 사춘기를 겪고 사회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나 고뇌를 찾는 것보다 시크하고 멋지게 자신의 처지를 헤쳐가는 일진의 모습을 찾는게 수월한지 모르겠다. 영화나 만화의 한장면이 떠오르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재개발지를 둘러싸고 이들이 겪는 갈등은 결국은 가진자와 못가진 자, 사회적으로 상위계층과 그렇지 못한 자들이 겪는 약육강식의 그것이 보인다는 것도 놓칠 수 없다.
거의 허물어져버린 옥수동 매봉산 자락의 산동네에서 불빛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직 허물지 않은 곳의 집들은 텅텅 비어있고 허물어진 곳에는 몇년간의 땅흔들림과 굉음 끝에 삐까번쩍하는 sm의 대형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그것도 임대아파트와 거리를 두기위한 듯 넓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말이다. 아직도 이 곳에 남았으나 떠나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비주류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는 청춘들을 위해서 심각함과 무거움대신 위트와 바람을 가르는 시원함 발차기를 연상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34세 이하의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신춘무예라고 했던가? 그래서 어딘지 미숙하지만 거침없고 자유분방함이 작품속에서 느껴지는 듯하다. 기성세대의 틀에 얽매이지 않아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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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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