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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모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0.9.2
떼시스
원제 : Tesis
제작 : 1996년 스페인
감독 :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출연 : 아나 토렌트, 펠레 마르티네즈,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外
스페인 영화 '떼시스'는 우리나라에서 부천 국제 영화제를 통해서 알려졌고, 그 덕분에 개봉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 걸출한 스페인의 영화인 2명의 이름이 올라간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것은 '헐리웃 영화홍수'에 파묻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제법 의미깊은 것입니다.
여주인공인 아나 토렌트는 '벌집의 정령'과 '까마귀 기르기'라는 괜찮은 수작을 통하여 알려진 '아역배우'입니다. 아역시절 출연한 두 편의 영화가 인생의 대표작이 된 이 배우는 어른이 되어서 그다지 활발한 영화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소수의 작품에 출연하긴 했지만 공백을 길게 갖지 않고 띄엄 띄엄 활동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다작배우가 아닌 스페인 여배우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기는 힘든 일이고 더구나 대표작 두 영화는 미개봉작이므로 '떼시스'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아나 토렌트는 낯선 배우에 불과했습니다.
감독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오픈 유어 아이즈로 명성을 얻게 된 인물로 그보다 1년 앞서 만든 영화가 바로 '떼시스'입니다.
자, 지금 시점에서 이 '떼시스'에 대한 분석은 꽤 의미가 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올 여름 '파괴된 사나이'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그리고 '피라냐'에 이르기까지 잔혹한 영화들에 둘러싸여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도 호조를 보였습니다.
체마를 만나서 잔혹영상을 부탁하는 앙헬라
교수의 죽음을 발견한 앙헬라
영화 초반에 범인으로 앙헬라에게 지목된
학교 동창 보스코
보스코 역의 에두아르도 노리에가는 매력적인 외모의 배우였다.
어둠속에 갇혀버린 앙헬라와 체마
왜 떼시스를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그건 떼시스를 보고 거의 표현되지 않는 폭력에 대해서 실망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의 실제 주제를 보라는 것입니다.
떼시스에서 여주인공 앙헬라는 논문을 쓰기 위해서 잔혹한 영상물을 구하게 되고 그런 영상물 보는 취미를 가진 체마의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앙헬라는 그런 망측한 취미를 가진 체마를 다소 경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자신이 가져온 비디오를 체마와 보다가 '못보겠다' 라고 하고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가립니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슬며시 같이 보게 되고 다시 역겨워하고 체마보고 그만 보라고 소리지릅니다. 네, 잔혹영상 논문을 쓰기 위해서 도움을 청한 것은 앙헬라이고 비디오를 가져온 것도 앙헬라입니다. 하지만 앙헬라는 그런 영상을 즐기는 체마를 경멀하고 나무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악마를 보았다나 아저씨를 누가 물어보면 재미있게 보았다고는 하지만 권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끔찍스럽게 잔인하다는 경고를 합니다. 적어도 '잔인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들을 안봐야 합니다. 호기심에 봐 놓고 '잔인하다'고 욕하고 쓰레기 같다고 한다면 그건 위선입니다. 떼시스는 은근히 그런 사실을 빗대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면서 정작 영화속에서 폭력장면은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놀리는 것 같습니다. '왜? 너무 영화가 연해서 실망했어? 피튀기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없어서 실망했어? 속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장면이 난무했다면 쓰레기 같은 영화라고
욕할거잖아?"
야한영화나 잔인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은 늘 이중성이 있습니다. 80-90년대 검열이 강했던 시기, 우리는 '노이즈'가 된 성인영화를 보고 탄식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노이즈가 되면 다행이죠. 아예 가위질을 당한 경우도 많았었으니까요. 자르면 자른다고 욕하고 뿌옇게 되면 뿌옇다고 욕하고. 그리고 21세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무삭제 무암전으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르노'같다고 욕하고 폭력적이라고 욕하고. 이래도 욕하고 저래도 욕하고. 욕할거면서 왜 볼까요? 욕할것을 목적으로 하고 '비판'을 위해서 영화를 보기도 할까요? 욕하기 위해서 영화를 보면 그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죠. 물론 영화보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건 앞서 이야기했던 '연출, 연기, 시나리오, 편집, 음악, 스토리구조, 촬영'등 영화의 완성도와 기술적 수준에 대한 비판이 되어야 합니다. 폭력물을 보고 잔인하다고 욕하고 에로영화를 보고 야하다고 욕하고 드라마장르를 보고 액션이 없다고 욕한다면 뭐가 되는 것입니까?
위기에 빠진 앙헬라
범인의 얼굴은?
성인배우로도 괜찮은 역을 보여준
아나 토렌트는 아역시절 출연한
'벌집의 정령'과 '까마귀 기르기'가 대표작이다.
떼시스는 '스너프 소재'라는 이유로 잔혹한 영상을 기대했던 관객에게 은근히 조소를 날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객의 심리를 주인공 앙헬라의 행위를 통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앙헬라는 체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 나섭니다. 그러면서 범인일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스스로 위험한 상황을 제공합니다. 이 역시 굉장한 모순적 행동이죠. 영상속에서 살해당한 여자는 모르고 죽었지만 그런 상황과 위험을 하는 앙헬라는 충분한 대비와 조심을 했어야죠. 앙헬라는 오히려 '두 번'씩이나 의자에 묶여서 죽을 뻔한 위기를 자초합니다.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굴까' 찾아나서는 일종의 추리극 형식을 띄고 있는데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처럼 많은 사람들을, 즉 범인후보들을 많이 등장시키지 않습니다. 어차피 범인은 '둘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둘 중 누구일까요? 이렇게 범인을 1/2 확률로 좁혀놓는 형식도 나름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범인이 빨리 등장한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는 '공범'의 등장이었습니다. 공범이 존재하여 주인공에게 위험이 빨리 닥치게 하고 진짜 범인은 후반부에 밝혀집니다. 두 범인후보들이 계속 엎치락 뒤치락 하며 관객을 오락가락하게 합니다.
떼시스는 신예감독이 만든 실험적 '소품'입니다. 뭐 그런만큼 걸작이나 수작레벨의 영화는 아니지만 20대 감독이 저예산을 들여서 만든 영화치고는 나름 독특한 소재와 무난한 완성도를 보인 작품입니다. 물론 범인을 쉽게 등장시키고 어느 정도 빈약해 보이는 스토리는 어쩔 수 없습니다. '습작'수준이 될 수도 있는 영화가 그래도 어엿한 한 편의 극영화로 완성되었으니까요. 더구나 성인이 된 '아나 토렌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의미도 있는 영화입니다.
폭력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성적인 타락을 혐오하는 것도 인간의 관습적 합의입니다. 하지만 왜 '빨간 마후라 비디오'나 'O양, B'양의 비디오가 세상에 돌고 심지어 테러범에게 모씨가 살해당하는 동영상까지 돌아다기게 되었을까요? 사람들은 '욕하고 경멸하는 척'하면서도 몰래 즐기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몰래 숨어서 즐기고 앞에서는 비판하고 경멸하는 척 합니다. 그런 인간의 변태적인 본능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다면 큰 문제가 되겠죠. 대신 '영화'라는 허구적 영상을 통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것이 '호러영화'나 '에로영화'라는 장르가 생겨나서 하는 역할입니다. 대신 그런 영화들도 '완성도'에 따라서 수준 차이는 하늘과 땅 입니다. 절대로 '악마를 보았다'와 '씨노이블'은 동등한 영화가 아닙니다. '괴물'하고 '디 워'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처럼. '장르의 동등함'과 '완성도의 동등함'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떼시스는 신예 감독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입니다. 굉장한 깊이가 있는 영화라곤 할 수 없고 일종의 '오락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스너프 필름'을 소재로 하여 인간의 이중성을 은근히 비웃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걸작영화만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점 : ★★☆
ps1 : 예전에 공포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는데 앞줄에 앉은 한 여성관객이 영화보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끝날때까지 울다가 나가더군요. 반이나 제대로 보았을
지 모르겠는데 제대로 안볼거면서 왜 공포영화를 보러 왔을까요? 그게 바로
'떼시스'에서도 암시했듯이 인간의 이중적 심리일 것입니다.
ps2 : 국내 출시된 DVD는 좀 심합니다. 일단 화질이 엉망입니다. 비디오 화질
수준. 메이저 회사에서 출시되는 비디오 화질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습니
다. 그리고 1.85:1 화면을 4:3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화면이 잘리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보여야 하는데 안보이는 경우도
있고. 그나마 '비디오 출시본'은 끝에 시체가 발견되는 부분이 잘렸다고
하니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ps3 : 성인이 된 아나 토렌트의 모습에서 과거 '벌집의 정령'이나 '까마귀
기르기'에서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배우는 비교적 최근에
'천일의 스캔들'이라는 영화에서 비운의 캐서린 왕비로 출연하였습니다.
ps4 : 잔혹한 영화를 즐기는 저도 아직 실제 스너프 필름은 못봤는데 앞으로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허구를 즐기는 사람은 실제상황은 거부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엔간한 잔인한 영화는 스스럼 없이 보는 저도
동물이나 곤충의 시체를 보는 것 자체를 무척 싫어하니까요. 하지만 '귀신,
유령'같은 존재는 허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무섭지도 잔상이 남지도
않습니다. 저는 상상적 허구속의 존재가 무서운게 아니라 실제 상황이 무서
우니까요. 격투기 경기는 무척 즐기지만 피가 나는 모습은 보기 싫어합
니다. 그것도 나름 이중성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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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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