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

토마스모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0.11.1
부당거래
2010년 한국영화
감독 : 류승완
장르 : 범죄
관람등급 : 연소자 관람불가
제작 : 류승완, 강혜정
각본 : 류승완 외
배급 : CJ엔터테인먼트
음악 : 조영욱
출연 :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천호진, 마동석, 정만식
조영진, 우돈기
류승완 감독과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영화로 등장한지 꼭 10년, 그들은 이제 중견감독과 촉망받는 배우가 되어서 '부당거래'라는 신작을 들고 왔습니다. 황정민이라는 톱 스타를 함께 출연시켜서. 어떤 영화일까요?
일단 배우 이야기를 하면 현재 설경구, 송강호 등과 함께 가장 왕성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40대 기수' 황정민은 류-류 형제의 놀음에 적절히 이용당했다고 생각됩니다. 즉 이 영화는 '류승범'의 영화이고 류승범에게 연기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최고로 돋보이는 역할은 류승범이 연기한 속물검사입니다. 황정민의 역은 누가 맡아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배역입니다.
돈과 빽줄이 없어서 부정과 결탁해야 했던 형사반장 최철기(황정민)
적당한 이기심과 적당한 속물성을 가지고 검사로서의 권위와 삶을 즐기는 검사
주양(류승범)
이 둘이 주요 인물이고 거기에 조폭 양아치 출신으로 건설회사 대표이사에 오른 장석구(유해진) 경찰청의 고위 간부이면서 부당한 거래를 제안하는 강국장(천호진) 등등 이 영화는 굉장히 보기 드물게 출연하는 모든 인물이 '악역'입니다. 그나마 다소 정의로운 역으로 출연하는 인물은 최철기의 절친한 심복 대호형사역의 마동석 정도입니다.
제목인 부당거래는 경찰, 검사 라는 특정 계층에서 벌어지는 부정한 딜을 의미합니다.
연쇄살인범에 의해서 온 국민이 경악에 빠지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범인검거를 독려한 상황, 이때 용의자를 쫓던 경찰이 실수로 용의자를 살해하게 되자 경찰고위층에서는 소위 '살아서 펄떡거리는 범인'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대역범인'을 만드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경찰도 살고 대통령도 만족시키고 국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이 어마어마한 부당거래. 그 역할을 맡을 인물로 지목된 것은 돈도 빽줄도 없은 고달픈 형사반장 최철기입니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최철기반장과 주양검사, 황정민과 류승범, 4년전 '사생결단'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투톱활약을 했던 이들은 이번에는 류승완 감독이 만든 무대에 올라서 다시 한번 연기대결을 펼칩니다. 형사와 검사, 양아치 조폭 출신의 건설회사 대표와 관계를 맺고 있는 형사, 굴지의 그룹 회장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검사, 형사와 검사의 레벨차이만큼이나 '대표이사'와 '회장' 이라는 직분의 차이가 보여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형사의 스폰역할을 적당히 하면서 부당거래를 하여 이익을 챙기는 대표이사, 검사의 스폰역할을 확실하게 하며 적당히 불법을 저지르고 법망을 피해가는 회장, 이들은 최철기가 '대리범인'을 만드는 지령을 받고 장석구를 통하여 가짜범인을 만들게 되면서 서로 관계가 엮이게 됩니다. 하필 그 사건을 송치받아 맡게 된 검찰이 바로 주양검사, 범인검거전에 최철기와 장석구가 주고받은 통화내역을 조사하건 주양은 이 범인검거가 조작된 사건임을 알게 되고 파헤치려고 하는데 장석구는 이미 그걸 대비하여 손을 써 놓은 상태였습니다. 주양과 김회장과의 부적절한 골프회동의 사진, 그리고 바로 살해당했던 김회장, 이미 갈데까지 가버린 '부당거래'와 드러나기 시작하는 진실, 주양검사와 최철기 형사가 펼치는 기싸움, 거기에 깊숙이 개입한 장석구의 음모, 그렇게 파국을 향해서 치닫던 사건은 뜻밖의 반전이 기다립니다.
얼핏 스토리라인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부당거래 제안을 수락한 빽없는 경찰의 파국적 내용으로 보이지만 류승완 감독의 치밀한 시나리오는 되려 검사역의 류승범에게 연기할 기회를 수없이 많이 부여하고 있고, 황정민은 그 외곽을 겉도는 느낌을 받도록 역할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공공의 적의 강철중같은 강렬한 역할은 황정민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십대 양아치 소년의 이미지가 물씬 풍겨왔던 류승범, 데뷔작부터 '이런 개xx들'이라는 욕설이 무척이나 어울렸던 이 개성파 배우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엘리트 검사역이며 어엿한 '어른역할'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양아치 전문 배우에게 검사? 그렇지만 류승범은 이 영화를 통해서 역할의 폭이 꽤 넓어지는 '성인연기자'로 발돋움할 절호의 검증기회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오바스럽지만 자연스러운 류승범의 연기, 다소 무뚝뚝하면서 조용 조용한 황정민의 연기. 류승범 키워주기에 딱 적절했던 영화입니다. 황정민의 이름값과 류-류 형제에 대한 기대, 흥행에 대한 기본적인 요소는 잘 갖춘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신바람나게 연기를 하는 류승범은 이 영화를 철저히 즐기고 있는 인상입니다. 마치 검사생활을 즐기고 있는 영화속의 주양처럼.
이렇게 갖출 것 갖춘 영화인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개봉 첫주에 흥행 1위에 오르며 70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2주간 1위를 했던 심야의 FM이 3주동안 동원한 관객의 70% 정도를 첫주말에 동원한 것입니다. 부당한 거래가 진행되는 영화는 애초에 영화를 보기전의, 그리고 영화를 본 후 30여분 지난 즈음의 제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됩니다. 영화를 보기전에는 투톱 주인공을 내세운 폭력물인 것을 감안하여 '선역과 악역의 대결'로 예상했었고, 영화를 보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최소한 둘 중 한 명, 또는 둘 다 '선역'으로 커밍아웃을 할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결국 '선역'주인공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고달픈 '빽없는 형사'로서의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위험한 거래'에 깊숙이 뛰어든 황정민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키며 영리하게 검사로서의 권위와 한계를 적절히 줄타기한 류승범이 겪어야 할 운명을 철저히 달랐습니다.
영화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검사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에 두 배우가 보여주는 허탈한 표정, 그리고 결정되어지는 둘의 운명, 그리고 영화의 엔딩. '부당거래'가 유사소재의 영화들과 다른 부분은 반전이 주인공의 상황을 바꾸거나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서 상황을 뒤엎는 전개가 되지 않는다는 점. 악역이 선역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 권선징악이나 통쾌한 결말이 없다는 점 등입니다. 애초에 데뷔작에서부터 씁스레한 소재의 영화로 찾아왔던 류승완 감독이 '아저씨'유형의 통쾌한 영화를 만들리는 없습니다.
이 영화는 씁쓰레한 영화입니다. 검-경의 부패한 내부에 대한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전개하여 권력층의 부패에 대한 잔인하고 허무한 결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한국판 'LA 컨피덴셜'같기도 하지만 win-win 한 두 주인공의 해피엔딩이었던 그 영화와는 결말이 전혀 달랐습니다. 부당거래는 판타지가 아니었습니다.
자, 실제 우리나라 검-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가능할까요? 얼마전 '스폰서 검찰'이 크게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의 내용은 '픽션'이고 만약 검찰과 검찰이 부패하여 이런 음모를 꾸몄다면...이라는 가상의 창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다만, 검-경이 가진 지휘권과 권력을 남용한다면 이러한 '부당거래'가 충분히 가능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 거래사실의 비밀이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을 뿐.
10년전 형이 만든 영화에 출연하여 비정한 최후를 맞이했던 류승범은 10년전의 양아치 소년에서 엘리트 검사로 신분상승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류승완의 영화는 여전히 10년전 처럼 비정합니다. 그 역할을 황정민이 대신했을뿐.
ps1 : 황정민의 외모를 보면 리처드 기어와 에릭 바나를 적절히 합성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ps2 : 주요 인물들이 모두 악역인 것이 특징이면서 '꽃미남'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ps3 : 양아치 역 전문인 류승범은 모처럼 엘리트 검사역을 연기하고 있는데 류승완
이 아닌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딱 '유준상'이 역할을 했을 캐릭터입니다.
류승범은 처음 연기하는 이 엘리트층 역할에 아마도 이끼의 '유준상'의
연기를 많이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신바람나는
연기가 뭔지 잘 보여주었는데 향후 류승범의 더 큰 성장이 예고되는 듯
합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