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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모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2.4.15

언터처블 1%의 우정
원제 : Intouchables
2011년 프랑스 고몽영화사 작품
감독 :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출연 : 프랑수와 클루제, 오마 사이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극장가의 흥행은 헐리웃 오락물과 한국영화가 아니면 도저히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것이 정설처럼 굳어졌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도, 칸 영화제
대상을 받은 영화도 흥행성공은 커녕 몇십만명 동원하기도 벅찬 상황이고, 몇만명도 못
동원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100백만 관객'을 손쉽게 동원한 프랑스 영화가 있으니 이거 참 보기 드문 현상
입니다. 그 영화는 바로 '언터처블 1%의 우정'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개봉될 때 두가지 점에서 망할 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첫번째는 영화의 제목
두 번째는 포스터, 망할 제목과 망할 포스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비 한국
비 헐리웃 영화중에서는 보기 드물게100만명을 넘었습니다. 꽃미남 꽃미녀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익히 잘 알려진 빅스타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굵직한 국제
영화제 수상기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은 '아티스트'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철의 여인' 그리고
화제의 스웨덴 영화 '밀레니엄 시리즈' 그리고 썩 괜찮은 완성도의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 대상에 이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까지 받고 재개봉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조지 클루니의 연기가 매우 호평을 받은 '디센던트' 등의 고급 외국
영화들이 받아든 흥행성적표는 정말 처참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흥행성공은 커녕 20만
관객을 넘는 것 조차 매우 버거웠으니까요. 이들의 최종 흥행성적을 다 합산해도 언처처블
1%의 우정이 개봉 첫주말에 세운 기록에 못 미칩니다. 심지어는 올해 북미흥행에서 최고
성적을 올린 '헝거게임'조차도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첫주 성적이 언터처블에 못 미칩니다.



즉 언터처블 1%의 우정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세우고 있는 흥행기록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습니다. '이변중의 이변'이지요. 가끔 이런 경우도 생겨야 극장 흥행집계에 재미가
있지요.
언터처블 1%의 우정은 과거 액션 영화였던 케빈 코스트너와 숀 코네리가 출연한 갱스터
무비 '언터처블'과는 제목이 유사해도 완전히 다른 영화입니다. 1%의 우정이라는 부제를
굳이 붙인 이유는 아마도 그 오리지날 '언터처블'과의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 같습니다.
억만장자 전신마비 장애인과 몸튼튼한 무일푼 백수건달의 이야기입니다. 보통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어려운 장애인을 수호천사같은 인물이 나타나서 구원해주는 설정이
더 많겠지만 이 영화의 설정은 꽤 흥미롭습니다. 완전히 대조적인 두 사람이 나옵니다.
흑인과 백인, 건장한 남자와 전신마비 장애인, 무일푼 백수와 상위 1% 부자, 건달과
엘리트 신사. 서로 섞으면 완변한 조건이 될 것 같은 장단점이 분명한 두 사람, 그들이
만났습니다.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먹여살려야 할 동생이 주룩 있는 삶의 별 대책이
없는 흑인 백수 드리스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휠체어에서 남의 도움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억만장자 필립의 수발을 하는 역할로 취직이 됩니다. 2주도 못 버틸거라던
필립의 예상과는 달리 드리스는 거침없는 행동과 재미난 익살로 삶의 무료함속에 갇혀
살던 필립에게 새로운 호기심과 활력소가 됩니다. 그렇게 두 전혀 어울리지 않고 닮지도
않은 두 사람의 동거가 벌어지고 둘간의 우정이 싹틉니다.



예상밖의 스토리입니다. 망나니였던 드리스가 장애인 체험을 하면서 개과천선을 하여
좋은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틀에 박힌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드리스가 장애인을
위해서 엄청 감동적인 헌신과 희생봉사를 하여 눈물샘과 감성을 자극하는 고루한 내용도
아닙니다. 영화의 처음에 등장한 드리스는 끝날때까지 여전한 드리스입니다. 필립도
여전한 필립이고요. 단지 두 사람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결합합니다.
필립은 틀에박힌 범생이 도우미와는 전혀 다른 이 엉뚱한 청년에 호기심을 느끼면서
그를 필요로 하게 되고 드리스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고급스런 욕실과 호화로운 저택을
경험합니다. 완전히 서로 다르고 상반된 사람이 오히려 서로의 다른점과 단점을 이해하고
채워주며 어울려 나가는 설정이 신선합니다.
영화는 구구절절 많은 나열을 하지 않고 별로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관객들은 과연 이
망나니같은 드리스가 어떻게 개화하느냐를 지켜보거나 혹은 괴팍한(괴팍할 거라고 지레
예상한) 필립이 어떻게 드리스에게 마음을 여느냐의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려고 일찌감치
마음을 먹고 영화를 접하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도 않고 또 두 사람은 누가 누구를
감동시키거나 개화시키지도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둘은 만나고 솔직하게 행동하고
그렇게 겪고 대하는 두 사람도 서로 흥미를 느끼고 관객도 흥미를 느낍니다.
아마 헐리웃이나 한국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훨씬 극적이고 훨씬 감성코드를 자아냈을
것이겠죠. 하지만 프랑스 영화인 언터처블 1%의 우정은 그냥 별 기교나 억지감성 없이
두 사람의 엉뚱한 동거와 모습을 별 꾸밈없이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세상, 다른 삶, 다른 상황의 사람이 만났을때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일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의 삶에서도 그런 경우는 많이 발생합니다.
노인과 청년이 만나서 어울릴때는 청년이 노인을 깎듯이 대하고 공경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대하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훨씬 더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잘난사람과 못난사람이 함께
어울릴때는 동정과 편애보다는 그냥 구박도 하고 그러면서 열린 친구같이 대해줄 때 더
가까와질 수 있습니다. 장애인인 필립을 만나서 그를 대한 드리스가 보여준 모습은 모범적인
도우미가 아니라 자유로움과 솔직한 모습, 거침없는 태도와 엉뚱함, 벗어남 이었고, 그러한
드리스의 모습에 필립은 흥미로움을 느낀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공경과 떠받듬이 아닌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친구관계, 편안한 관계, 솔직한 관계가 더 이끌리게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리스는 필립에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좋은 비서'나 '좋은 도우미'는
될 수 없고 소질도 없었지만 좋은 동료, 좋은 친구는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속 내용과
비교해서 얼마나 사실적일지는 모르나 보기 드물게 닮은 점이 없는 두 사람의 우정이 실제
발생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세상의 반쪽만 갖고 살아온 두 사람이 진정 서로의 부족함을
잘 채워준 관계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나와 다른 사람의 허물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모습을 찾아본다면 훨씬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매우 소박하고 단순한 영화지만 그만큼 꽉 찬
부분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ps1 :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이 날 하루쯤은
가져보도록 하는게 좋겠습니다.
ps2 :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중에서는 우울함이나 어두운 장면이 거의 없이 밝고 경쾌한
진행이 마음에 드는 영화입니다.
ps3 : 드리스 역의 오마 사이는 세자르 영화제 남주우연상을 받았는데 흑인 배우가 프랑스
에서 상을 수상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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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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