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

토마스모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0.11.13
길소뜸
1985년 화천공사 작품
감독 : 임권택
촬영 : 정일성
수상 : 대종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출연 : 김지미, 신성일, 한지일, 김지영, 전무송, 최불암, 오미연
이상아, 김정석
'길소뜸'은 이산 가족의 아픔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임권택 감독의 85년 작품인데 당시 전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KBS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서 소재를 얻어서 만든 영화입니다.
이산가족 찾기가 한창이던 1983년이 배경입니다. 이산가족 방송을 보며 TV를 보는 가족들, 부산에서 남편과 자식 셋을 두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화영(김지미)은 6.25 전쟁으로 인하여 헤어진 생사조차 모르는 아들 성운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며 착잡한 마음을 갖게 되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남편(전문송)은 오히려 화영에게 혈육을 찾아보라고 권합니다. 화영은 용기를 내어 방송국에 가게 되는데 여기서 우연히 33년전에 헤어진 옛 사랑 동진(신성일)을 만나게 됩니다.
이산가족찾기로 온 지역 사람들이 모여든 방송국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귀부인과 남루한 옷차람의 중년 남자, 이 장면 하나로 영화가 대략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이 됩니다. 길소뜸은 이산가족을 소재로 한 통속적 '신파극'이 아니며, 헤어져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간 혈육간의 '이질감'을 가슴아프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김지미와 신성일이 연기한 화영과 동진,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삶,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화영, 힘겨운 세월을 보내온 동진, 이들의 이질적인 삶의 대비를 임권택 감독은 각 장면과 대사들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33년의 해후를 위해서 차 한잔 하기위해서 화영이 동진은 안내한 곳은 호텔의 카페, 동진히 '술 한잔 더합시다'라고 안내한 곳은 남루한 포장마차, 투피스를 차려입은 고운 외모의 화영, 남루한 점퍼 차람의 초로의 동진, 노동자로 일하는 자식들을 이야기하는 동진이 '무리해서라도 작은 아이는 대학에 보내야 할텐데'라는 대사 승용차를 몰고 서울에 온 화영, 두 사람의 33년 세월이 갈라놓은 대비되는 삶은 이 영화가 오랜 연인과의 해후의 기쁨을 다룬 '판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해방후 부모를 잃고 아버지 친구집에서 지내던 여학생 화영은 그집 아들 동진과 서로 좋아하게 되고 10대의 불같은 사랑은 결국 화영을 임신하게 만들고 그로 인하여 화영은 춘천에 있는 동진의 이모집으로 가게 됩니다. 6.25가 터지고 서로를 찾아 떠났다가 엇갈리는 두 사람, 화영은 아이를 낳게 되고 전쟁의 비극은 동진, 화영 그리고 아기까지 서로 떼어 놓습니다. 33년이 지나서 화영과 동진의 반갑고도 어색한 해후는 둘 간의 유일한 혈육인 성운일지도 모르는 춘천에 살고 있는 한 남자(한지일)을 찾아가는 동반여정으로 이어집니다. 33년만의 부모와 자식간의 해후가 될 수도 있는 세 사람의 만남, 이들의 만남은 '이질적인 삶의 굴곡'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길소뜸은 1985년 대종상 영화제에서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과 불꽃튀는 각축을 벌였는데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은 깊고 푸른밤이 수상했고,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은 김지미가 차지했습니다. 김지미는 강력한 후보자였던 깊고 푸른밤의 장미희를 제치고 수상하였습니다. 이외에도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할정도로 인정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길소뜸은 당시 한국영화의 일반화된 흐름과 많이 다른 수작입니다. 우선 이산가족이라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신파분위기'로 전혀 흐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30여년만에 만난 옛 애인과 아들과의 애틋하고 눈물겨운 재회가 아니라 세월의 이질감속에서 불편한 만남이라는 '현실적인 요소'를 적나라하게 다루었다는 점이 영화의 소재를 보고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을 벗어납니다. 만약 신성일과 김지미가 재회한 옛 연인으로서 때늦은 중년의 베드씬이라도 나왔다면 그야말로 너무 뻔한 통속극이 될 수 도 있었지만 그런 예상도 어김없이 비껴가는 영화입니다. 아마 이 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소재를 알았던 사람들은 당연히 신성일과 김지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옛 사랑의 가슴아픈 재회'를 다룬 멜러물로 예상했을 것입니다.
길소뜸은 그렇듯 '판타지'가 아닙니다. 너무 절실한 '현실적'인 작품이라서 사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감동의 물결에 찬물을 끼얹을 수 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임권택 감독은 헤어져 보낸 오랜 세월속에 어쩔 수 없이 생성될 수 밖에 없는 이질감을 김지미, 신성일, 한지일 세 배우들을 통해서 꽤 깊이있게 표출해내고 있습니다.

후반부에서 의사로 출연한 최불암이 이산가족 찾기와 혈육간의 문제에 대해서 담담히 이야기하는 대사가 꽤 와닿는 장면이며 김지미의 도도한듯 하면서 절제하는 연기가 잘 어울린 것을 비롯하여 신성일, 한지일 등 세 명의 주요인물에 대한 캐스팅이 적절했습니다. 초췌하고 마른 이미지의 신성일은 질곡의 세월을 보낸 힘겨운 중년남자의 모습에 잘 어울렸습니다. 오랜 세월 한국영화사 최고의 미녀배우로 이름을 날린 김지미가 젊은 시절에 출연한 영화들이 편수는 많았지만 '작품'은 적었던 아쉬움을 80년대에 '티켓'이나 '길소뜸'같은 수작을 내놓으면서 해소하기도 했습니다.
김지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당시 여중생이었던 이상아가 누드씬까지 보이는 과감한 연기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으며, 길소뜸이라는 제목은 여주인공 화영의 고향마을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지도 어느덧 2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KBS의 흩어진 이산가족 찾기운동은 '남북이산가족 찾기'로 발전되어 많은 국민들이 수십년간 헤어져 지냈던 이산가족과 해후를 하면서 반갑고도 서러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6.25는 이제 60년전에 치루어진 전쟁으로 잊혀져가는 역사가 되고 있고 당시 세대들도 점점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북간에 치루어진 동족간의 비극적인 전투는 길소뜸이란 영화제작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분단된 조국이라는 현실로 다가옵니다. 통일의 갈망보다 통일후 받아들여야 할 이질적인 문화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현실,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속에서 단순한 '반공'이나 '신파극'이 아니었던 길소뜸이란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깊이있는 수작목록에 있는 영화입니다.
ps1 : 영화속의 인물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출연배우 '김지미' '신성일' '한지일'
'이상아'모두 사연많은 삶을 실제로 살았습니다. 영화배우면서 영화같은 삶.
ps2 : 주책맞은 할머니 역할로 드라마에서 자주 감초같은 출연을 하는 배우 김지영
이 여기서는 한지일의 아내로 출연하여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적은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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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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