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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모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1.9.11
복수는 나의 것
영어제목 : Vengeance Is Mine
1979년 일본영화
감독 : 이마무라 쇼헤이
출연 : 오가타 켄, 바이쇼 미츠코, 미쿠니 렌타로
오가와 마유미
'복수는 나의 것'은 나라야마 부시코로 우리에게 알려진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가 1979년에
연출한 작품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동명의 영화가 있지만 내용은 전혀 별개인 영화들입니다.
다만 박찬욱 감독이 꽤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이 일본영화 복수의 나의 것 입니다.
제목을 보면 범죄 복수극일 것 같지만 실상은 한 사이코 패스 같은 살인마의 범죄행각을
다룬 영화입니다. 제목과는 달리 주인공 에노키쿠 이와오(오가타 켄)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 사람들을 인정사정없이 죽이는 살인마입니다. 이 영화는 경찰에게 체포된 살인마
이와오가 벌이는 범죄행각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과거 현재를 넘나듭니다.
경찰에 체포되어 조서를 받는 이와오
적나라하게 살인장면이 보여진다.
카즈코와 이와오와 결혼전의 다정했던 시절
카즈코를 찾아와 다시 합치자고 간청하는 시아버지
운전일을 잠깐 했던 이와오는 두 수금원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돈을 강탈합니다.
그 이후 변호사로 위장하여 사기행각을 벌여 보석금을 강탈하고 택시에 동승한 원로
변호사를 살해하고, 대학교수로 속여서 여관을 운영하는 여자에게 접근하여 그녀와
어머니를 모두 살해합니다.
어린시절, 어촌에서 살았던 이와오는 아버지가 군인에게 무기력하게 배를 빼았기는 것을
보고 반항심이 생기며 삐딱하게 자랍니다. 소년원, 감옥을 들락거리던 이와오, 천주교
신자인 그의 아버지는 도덕적 정의를 지키는 선량한 노인이지만 이와오를 잘못 만나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며느리 카즈코(바이쇼 미츠코)와 '정신적 근친' 관계입니다. 이와오와
헤어져 살던 카즈코는 시아버지의 간청에 다시 돌아오고 시아버지의 며느리의 관계를 넘어서
마치 다정한 연인같은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다만 종교적인 도덕심 때문에 카즈코를 안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시아버지. 범죄자 이와오가 범죄를 저지르고 사기를 치는 내용과
신을 섬기는 아버지가 며느리와 아슬아슬한 근친의 위기를 넘기는 장면들은 서로
대비되면서 영화는 흘러갑니다.
목욕문화가 일상화 된 일본이라도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이런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감옥에서 출옥한 남편, 하지만 남편이 아니라
사실상 원수였다. 카즈코에게 남편은 시아버지와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존재일 뿐이다.
해머를 든 카즈코에게 '지금 그걸로 누구를 노리고 있는 거지'라고
묻는 이와오. 당연히 시아버지가 아닌 남편을 향하고 있다.
아내와 아버지의 관계를 계속 의심해온 이와오.
감질나게 흐르는 근친코드,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고 있다.
살인마와 동거녀
복수는 나의 것은 한 남자의 범죄행각을 상세하게 다룬 영화지만 그 범죄자의 아버지,
아내의 '근친' 코드를 아슬아슬하게 삽입하여 금지된 욕망을 절제하는 아버지와 별다른
도덕적 가치도 없이 무고한 살인을 하는 아들의 서로 다른 '욕망해소 방식'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근친적 불륜은 사실 엄청난 도덕적 파탄이지만 영화가
전개되면서 이와오의 만행이 점점 더할수록 관객들은 점차 카즈코와 시아버지의 불륜
전개가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심리를 갖게 됩니다. 오히려 늘 감질맛나는 미끼만
던지고 뒤로 물러서는 시아버지에게 입맛만 다시게 됩니다. 이런 심리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유는 일종의 이와오의 범죄에 대해서 아내인 카즈코가 보상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과, 또한 '근친'이라는 관계를 엿보고 싶은
쾌락적인 심리도 함께 있습니다. 이마무라 쇼헤이는 악덕한 범죄자의 행각속에서 마치
앙념처럼 근친관계를 툭툭 던지면서 관객들의 도덕적 관념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절정은 아버지와 아들이 교도소에서 면회를 하는 후반부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 며느리에 대한 욕정을 고백하는 아버지, 욕망을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이미 신에게 용서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 아무런
죄없는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자신도 죽음만이 남았다는 이와오는 정작 자신이 죽였어야
했던 사람은 아버지라고 말합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용서를 못하고 증오하는 것을
대사를 통해서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마치 이와오가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
것은 아버지에게 품는 증오심에 대한 '대리복수'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와오의 아내인 키즈코의 심리 역시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남편이 싫어서
그가 교도소에 가 있는 동안 사실상 별거를 실행한 키즈코, 하지만 시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은 높아 다시 합칠 것을 간청하는 시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입니다. 시아버지와
온천을 함께 하면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과정에서 근친의 욕망을 처음 드러낸 카즈코,
이후 '절친 며느리와 시아버지' 관계로 지내며 남편과 어머니의 질투를 받게 되는데
살인죄로 쫓기는 남편과 병원에 입원한 병약한 시어머니에 대한 카즈코의 대사가
흥미롭습니다. "드디어 아버님이랑 저와 둘만 남게 되는군요" 카즈코의 이런 '유혹적 암시'가
있을 때마다 화제를 돌리며 얼버무리지만 그렇다고 그 상황을 부정하지는 못하는 시아버지
'난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였지. 하지만 너는 이유없이
죽였어. 그래서 우린 서로 달라'
아버지와 아들. 아들의 실제 복수대상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은 것도 경멸과 증오뿐이었다.
결국 함께 남게 된 며느리와 시아버지.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죽기직전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 '나도 여자에요. 키즈코에게 당신을 넘겨주지는 않을 거에요'
라고 남편에게말하는 카즈코의 시어머니의 대사도 인상적입니다. 영화중간쯤 교도소에서 나온
이와오와 어머니가 다정스레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반면, 이와오와 아버지의 장면은
늘 험악하고 증오스런 상황뿐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카즈코와 아버지가 가해자이고
어머니와 이와오는 피해자라고 색다른 관점으로 볼 수 도 있습니다. '욕망을 갖는 것 자체'가
죄라는 종교적인 관념으로 볼 때 이와오와 아버지는 모두 죄인입니다. 더구나 아들과 아내의
불행을 통해서 며느리와의 행복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구한 상황설정을 통해서 천주교
신자인 아버지를 엄청난 종교적 죄인으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와오는 인간으로부터
사형집행을 받게 되었고, 아버지는 신으로부터 스스로 버림을 받게 되고.
복수는 나의 것은 통념적인 '복수극'이 전혀 아니고, 한 범죄자의 범죄만을 다룬 단순한
범죄극이 아닌 이렇게 근친코드와 아버지, 며느리, 아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욕망의 한계와
그걸 해소하거나 억누르는 방식을 보여주는 추악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신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근친관계를 억누르며 살아간 며느리와 시아버지는 동정과 응원의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폭력과 근친의 범죄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그래서 당연히 일본 영화가 아니었다고 해도 당시의 우리나라에 절대 개봉될 수
없는 소재의 영화였습니다.
ps1 : 카즈코를 찾아와 온천욕을 하는 시아버지에게 옷을 벗고 들어가 등을 밀어주는
카즈코의 모습을 보면 원래 일본에서는 시아버지와 이렇게 함께 목욕을 하는 것이
용인되는 문화인지 갸우뚱합니다. 일본에서 '온천욕'이 갖는 의미는 자연스런
일상으로 알고 있지만 시부모와 나체로 함께 욕탕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문화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성적인 장면이 몇 장면 있었지만 이 장면처럼 굉장히
강렬한 에로틱함을 표현한 장면은 없었습니다.
ps2 : 헨리 연쇄살인자의 초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특히 함께 육체의
향연을 벌이며 살던 여자와 그 어머니까지 무참히 죽이고 떠나는 모습은 헨리 연쇄
살인자의 초상에서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3 : 일본 자국내 영화상을 휩쓸다시피한 작품입니다. 인간말종 주인공이 나온 영화지만
제법 완성도가 높은 영화입니다.
ps4 : '근친'은 사회통념상 금기시되는 도덕인 만큼 영화에서는 정말 호기심가는 소재입니다.
이 영화에서 카즈코의 근친소재가 쏙 빠져버린다면 얼마나 맥빠진 영화가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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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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