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소재로한 재밌는 소설

신생아
- 작성일
- 2008.5.9
<책도둑>은 나치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리젤은 그 험한 세상을 ‘책’으로 버틴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훔치게 된 책을 만나게 된 후부터 그렇다. 이때부터 리젤은 조금씩 책을 훔치게 된다. 그렇게 훔친 책이 총 10권. 그 책들은 하나같이 리젤을 성장시키는 계기가되는데, 그 과정이 참말로 아름답다! 그렇다. 소녀가 책을 만나 성장한다는 이야기는, 더군다나 나치가 전쟁을 일으키던 시절에 그렇게 해서 성장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애서가들의 낭만을 박박 긁어대는 힘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깊은 숨을 쉬어야 했던 것이 생각난다. 훔쳐서라도 책을 읽고 싶어 했던 소녀, 책으로 인해 조금씩 세상을 껴안게 된 책도둑, ‘죽음의 사자’마저 감동시킨 약한 인간의 모습은 가슴을 파고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사람들이 공포에 떨 때 책을 읽어주면서 안정시켜주는 그 모습은 숨을 막히게 할 정도로 훌륭했다. 예부터 책도둑은 미워할 수 없다는 말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책도둑’이라면 열 번, 백 번 뽀뽀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젊은 공룡 미텐메츠는 사랑스럽다. 미텐메츠가 방문한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은 어느 곳이나 책이 있다. 말 그대로 책들의 도시다. 지하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곳에도 책이 있는데, 문제는 값나가는 책들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책사냥꾼들은 지하 세계로 책을 찾으러 간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지하 세계에는 온갖 괴물들과 그림자 제왕이 살고 있다. 비싼 책 훔치려다가 목숨을 뺏기는 일이 부지기수다. 미텐메츠는 본의 아니게 그곳으로 들어가 모험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꽤 그럴 듯하다. 날아다니는 책들의 모습이나 노래하는 책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책 사랑하는 사람들의 온갖 습성과 책 욕심을 그린 것이 제법이다. 꿈꾸는 듯 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셈이다. 멋지게 말이다.
레몽 장의 <책 읽어주는 여자>는 직업으로 책을 읽어주는 어느 여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 여자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책을 읽어주는데 그것을 듣는 사람이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녀의 ‘읽는 것’으로 인해 할머니가 데모에 나가기도 하고, 아이가 독립적으로 살려고 하기도 한다. 도대체 그녀의 목소리에 무슨 힘이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책’ 때문이다. 책이 잠재된 욕구를 분출시켜주는 셈인데, 멋지지 않은가? 생각할수록 책을 멋지게 다루고 있다.
<밑줄 긋는 남자>는 어느 여자가 밑줄 긋는 남자를 찾는 이야기다. 분위기를 보면 로맨스는 로맨스인데 그 중심에 책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의 관계는 책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남자를 상상하는 모습이 낭만적인 건 또 어떤가? 책 좋아한다면 이런 사랑 한번쯤 꿈꿔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달콤하다.
출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니 만큼 미국 출판계의 속사정을 엿보는 재미가 만만찮다. 감정 이입도 퍽이나 쉽다. 소재가 다른 것도 아니고 소설 및 문예물의 출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고, 게다가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 이렇게 네 사람이 각기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출판사에 있다 보면 수없이 겪게 되는 일이라고는 해도 각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끝까지 다 읽고나서 느낀 첫번째 소감은 이런 것이었다. 첫째 책을 내고 싶다는 사람이라면 우선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과 거기서의 편집자의 역할이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으니까. 둘째 출판 일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도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 출판 일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사례 중심으로 훌륭하게 제시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셋째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도 다시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 출판 일을 하는데에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원고를 대해야 하는지 생생하게 제시되니까.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제임스 미치너도 편집자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중간중간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 <소설>의 단점은 처음 50쪽 정도를 넘기는데 상당히 인내를 요한다는 점이다. 서머셋 모옴의 말대로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소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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