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이야기

poolcho
- 작성일
- 2011.12.8
파수꾼
- 감독
- 윤성현
- 제작 / 장르
- 한국
- 개봉일
- 2011년 3월 3일
영화 <파수꾼> : 경계를 지키는 사람, 무엇을 지키려 했는가 (이제훈.서준영)
청룡영화제에 다녀온 뒤에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파수꾼>. 청룡영화제 신인 남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이기에 왠지 한 번은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게 당연한 것이겠죠? (*...상을 받아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할 만큼 아직 영화보는 눈이 부족하다는).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파수꾼>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었다는 것초자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찮게 기회가 다아서 드디어 영화 <파수꾼>을 보게 되었습니다. 보고 나서 제가 느낀 느낌은- '이게 무슨 느낌이지?'라고 할 만큼 어떻게 표현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아리달쏭한 결말에 한참을 멍하니 그렇게 생각에 잠겨버렸달까요? 기태와 친구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내 기태의 마음과 친구들의 마음이 자꾸만 엇나가는게 가슴 아팠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답답하고 안타까웠는데 결국에는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쉬운 마음이 더 커져버렸습니다. 저에게 아쉬움을 안타까움을 한가득 안겨주고 끝나버린 영화 <파수꾼>.
# 파수꾼, 경계를 지키는 사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멍해진 기분을 어떻게 할 줄을 몰랐고 그렇게 저는 한동안 멘붕상태로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영화 제목 <파수꾼>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이 생각 나게 만드는 영화 제목, <파수꾼>. 하지만 정확히 어떤 뜻으로 쓰이는 단어인지 모르기에 얼른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사전적의미로는 '경계를 지키는 사람' 이라고 나오더군요.(*...물론 '파수꾼결말''기태자살' 등 영화와 관련된 연관검색어도 보였습니만 전 !!!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경계를 지키는 사람-파수꾼'이누구였을까하고 말입니다. 모두가 다 파수꾼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단 한사람만이 유일한 파수꾼이었을까 ?
기태(이제훈)이 파수꾼이었다면 기태가 지키려고 했던 경계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열심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생각이 비록 틀린 생각일지도 몰라도. 기태는 자존심 강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말과 행동이 언제나 다르게 나타나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이 기태의 마음을 오해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까지 스스로가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기태는 친구들을 진심으로 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윤과 백희( 아마 본명은 백희준이었을 듯) 를 둘도 없는 친구라 믿고 그리 알고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 일치 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태의 그 쓸데 없는 자존심 때문에 생긴 사소한 오해가 생기게 됩니다. 정말 사소한 오해로 인해서 결국에는 백희와 기태의, 기태와 동윤의 경계가 무너지게 됩니다.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몰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했던 것은 그러한 기태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기태를 연기한 배우 이제훈씨의 연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제훈찡 짜응 !!)
"왜? 싫으냐? .. 야.. 가서 보경이랑 얘기좀 하고 그래. 말이 없어 (...) 뭔일있어?"
"아까.. 무슨 얘기 한거야?"
"어? 뭔소리야?"
"방안에서 보경이랑 얘기하던데"
"봤어?"
"봤으니깐 묻지"
"별 얘기 안했어. 너 이상한 생각하는거 아니지?"
"아니야"
"야- 오해하지말아라 진짜"
"알았어. 이상하다. 도둑이 제발저리나."
"아이..씨..괜히 기분 이상하네. 야- 뭔뜻이야. 뭔뜻으로 그런얘기를 해"
"별뜻 없어."
"제발좀 그러지마"
"머리좀 만지지마 제발"
"오- 백희. 많이 컸다. 많이 컸어"
"너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마. 내가 네 꼬봉이냐"
-동윤이와 희준의 대화 中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제발....그것만은 하지 말아죠' 라면서 혼자서 얼마나 기태에게 말을 걸었는지 모릅니다. 잘 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기태(이제훈)'라는 아이의 앞날이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자꾸만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친구와 그 친구 앞에서 점점 더 꼬여가는 상황 앞에서 결국 자신을 놓아버리고 '나는 누구? 여긴어디?' 하게 만드는 기태의 모습은 정말 '답이 없다' 였습니다.
# 친구, 친구, 친구
기태는 참으로 외로운 아이입니다. 엄마 없이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지만- 아버지 역시 일 때문에 바빴으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기태가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과 다름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기태가 의지할 사람은 슬프게도 (* 어쩌면 그 순간 만큼은 행복했을지도 모릅니다) '친구' 밖에 없었습니다. 미친척 지내보련다- 이렇게 관심 받은 적이 없으니깐. 스스로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즐기는 아이였고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아야지만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아이, 기태.
짱 노릇을 하면서 관심을 받아야지만 기태는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 옆에 있어주는 친구들 역시 기태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달랐습니다. 상하 관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친구관계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했고, 본인들 입장에서도 '기태'역시 마찬가지일거라 생각을 했겠죠. 기태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한 순간에 차갑게 등을 돌리고, 차갑게 식어버린 눈으로 기태를 쳐다봅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차갑고 날카로운지- 가슴을 후벼파는 친구들의 그 말 한마디에 기태는 상처를 받고 스스로의 삶의 이유를 잃어 가게 됩니다.
"한가지만 얘기할께. 백희"
"나?"
"넌 집에 가면 엄마가 밥해주고 공부하라고 얘기해주지"
"왜그래"
"난 집에가면 내가 밥해먹어. 가끔 아버지 얼굴보면 인사하고 아침에 눈떠보면 학교..지각이라서 막왜 안깨웠냐고 화내거든?
안계시잖아- 엄마가.아무도 없어. 그정도야. 그정도가 내가 얘기할 수 있는 우리집 관련된 얘기야. 됐지?"
-기태와 희준의 대화中
"하.. 아... 애새끼가 존나 가식적이잖아."
"뭐가 어떻게 가식적인데"
"마음에 안든다고"
"장난치냐. 똑바로 얘기해. 왜 그랬냐"
"좀 신경좀 쓰지말라고 (...) 아... 그냥 보통은 내가 다 얘기하잖아. 하.. 이번에는 그냥 자세하게 얘기안해도 그냥 넘어가.
설명 못하는 것도 있잖아."
"야-. 그만하자 이제. 한번만 더 그러면 진짜 가만 안나둔다."
"가만히 안나두면 어떻게 할건데?"
"봐봐"
-기태와 동윤의 대화中
기태의 행동과 말을 보고 있으면서 아마도 저것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라고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태의 친근함의 표시 - 머리를 만지는 것 그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기태 주변에 있던 친구들은 기태를 진짜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태의 진심이 담긴 행동 마져도 그들에게는 '기분 나쁜' , ' 친구로서가 아닌 꼬봉으로서' 대한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더 기태가 동등한 입장임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친구들에게 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머리를 만지는 것- 그 만큼 수치스러운 일이 없는 것인데, 기태는 왜 그것을 몰랐을까요. 바보-. 아무리 친구로서 진심을 담은 손길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기태는 이를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점점 더 차갑게 식어가는 백희의 눈과 목소리에 가슴이 점점 아파옵니다.
# 조금 만 더 성숙했더라면
언제까지 이럴거냐고, 졸업하면 다 끝이라던 동윤의 이야기. 그말을 떠올려보니 동윤 역시 파수꾼이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동윤의 모습은- 동윤이 기태와 백희를 화해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 만큼 두 친구 사이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와도 같았으니깐요. 그래서 열심히 동윤의 행동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동윤 역시 백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급실망감). 어른인척 성숙한척은 혼자 다하더니만 결국에는 '역겨웠다' 라는 말을 내뱉고 '모든 것은 다 완벽했어. 너만 없었으면 됐어' 라는말까지 해버렸으니 말입니다. 참- 어의없게도 말입니다. 동윤 역시 기태를 친구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동윤이만큼은 친구로 기태를 대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뒷통수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 야. 내가 뭐 애들 앞에서 허세부려서 그런게 좋은건줄 아냐? 이렇게 주목받은 적이 없으니깐."
"왜 이렇게 남 신경쓰냐"
"그러게. 넌?"
"난 안그러지."
"잘났다 새끼야"
"엎어질거에 목메지 마라. 속상하다"
"그래도 다 없어진다고 해도 나한텐 니가 있잖아. 내맘 알잖아. 너. 중학교 때에도 넌 나 알아줬잖아.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비참해 지더라도 너만 알아주면 돼. 그럼 됐어. 된거야."
-동윤과 기태의 대화 中
같이 기찻길에서 야구를 할 때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친구들이라 생각했는데, 세 친구에서 백희가 빠지고 두 친구에서 동윤이 빠지고 결국 기태 혼자만 남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하고 이해하지 못해도 오직 한사람, 동윤 만은 이해해준다면 자신은 상관 없다고 말하던 기태의 모습이 왜 이리도 슬퍼보이는 것인지. 기태는 알고 있었을까요? 자신의 삶을 이어주는 친구들이 이토록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남녀가 헤어질 때 서로를 위해서 가슴에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것처럼 이들도 그런게 아닐까하는 조심스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린 나이에 어린 마음으로 기태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자신들만 생각하고선 그렇게 말입니다. (*...뭐라는 건지..) 한번 어긋난 마음은 다시 제대로 볼 줄 아는 눈까지 잃게 만들었습니다.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는거냐'고 묻던 기태의 모습. '말했다면 어떻게 할건데?' 라고 반문하던 기태의 모습. 자신을 그런 자식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실망과 상처. 그리고 더 나아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은 아니었는지. 조금만더 성숙했더라면- 이들에게 있어서 조금만 더 사랑을 줄 시간과 여유가 있었더라면. 기태도 동윤도 백희도 친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었을텐데.
# 기태가 지키려고 했던 경계는
처음에 기태가 지키고 있는 경계가 친구들 사이의 경계라 생각했습니다. 기태는 외로운 아이였고 사랑이 필요한 아이였지만 어느 누구도 사랑을 주지도 함께 해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래서 기태도 스스로가 사랑을 받기 위해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서 '미친짓'을 해서라도 관심을 받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친구들을 잃지 않고 싶었다고 할까요? 헌데 지금 생각해보니 기태의 마지막 선택이 '자살'이었던 것을 보니 저 역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기태가 지키고자 했던 경계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기태는 언제나 그렇듯 혼자 외로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던 아이었습니다. 그리고 기태가 그 경계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게 도와준 것은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기태의 마음에 돌을 던지고 상처를 입히고, 결국 그가 그토록 의지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차갑게 떠나게 되니깐 기태는 경계에서 중심을 잃고 죽음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명의 친구라도- 기태의 손을 잡고 경계에서 중심을 잃지 않게 도와주었더라면, 기태는 끝내 그렇게 삶을 포기하지도 않았을지 모르겟습니다. 기태가 지키고자 했던 경계는 비단 기태 만의 경계는 아닐 것입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지키고 있는 경계이기도 하겠죠. 이 경계를 어떻게 지키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되게 되는 것이 못내 억울하기는 하지만, 저 역시 열심히 경계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보려 합니다. 절대로 기태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면서 말입니다.
"결승에서 딱 만루 홈런치고 MVP 따고 인터뷰 하는거야. 그러면 세상이 날 보겠지. 안그러냐? 야-. 깡-. 야 보이냐? 나를 향한 함성소리.
다 나를 향해 열광하고. 동윤이- 누가 최고야? 누가 최고야? 어-? 하하하. 동윤이. 야- 누가 최고야?"
"그래. 네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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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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