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사람들은 장수하기를 원했다.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꿈일 것이다. 예로부터 무병장수(無病長壽)는 오복(五福)의 으뜸으로서 모든 인간이 갈망해 왔다. 그러나 진시황 같은 역사상 최고의 권력자도 장생불멸은커녕 고희 근처에도 이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고 말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장수하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애를 썼지만 허사였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근래에도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노화를 조절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연구를 거듭하고 있으며, 현대의학의 발달과 물질의 풍요는 불과 40년 사이 인간의 평균수명을 24년이나 신장 시켰다(조선시대 25세, 1960년 52.4세, 2000년 75.9세).

이 책 <명문가의 장수비결>은 동국대 한방병원장을 역임하고 한의대 내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지천 교수가 조선시대 명문가들의 건강비책을 역사적인 배경과 생활습관, 그리고 가문의 고유한 전통과 한의학적 근거를 통해 장수의 비밀을 조목조목 밝힌다.

명문가는 선비정신의 전통을 지키면서 수많은 인물을 배출해 왔는데 건강하고 장수하는 유전자를 부모에게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즉, 명문 집안의 후손들은 명문 집안 출신의 부친과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선천품부(先天稟賦, 부모에게 이어 받은 건강인자)가 강한 데다, 엄격한 가풍 속에서 성리학 공부를 통해 ‘마음의 건강’까지 수련해서 건강, 장수에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아울러 모두 시서(詩書)에 능통하는 등 여러 요소를 갖추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건강, 장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되는 선천품부는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으로써 ‘신장의 기능’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장수자가 많은 명문 집안은 당연히 신장이 강한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장의 기가 왕성하면 생장.발육이 왕성하여 신체가 건강하지만, 신장 기운이 쇠퇴하면 기력이 쇠약해지고 빨리 늙는다.

저자는 명문가 선비들이 건강하고 장수했던 이유를 ‘가문 의식과 가문의 영향력, 종가 음식, 건강관리를 위한 의학 공부’라는 세목으로 나눠 고찰하고 ‘혼인, 성(性)생활, 삼년상, 과거 공부, 관직생활, 청백리(淸白吏), 귀양’을 그들의 장수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강 변수로 본다. 사실 귀양을 다녀온 선비 중에 장수한 분이 많았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명문가의 장수비결’에서는 여주 이씨 이익 집안외 열넷 집안을 예로 조선시대 명문가의 장수 요인을 식생활 습관과 전통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한 후 그것을 한의학적으로 분석해서 각 각문의 장수비책을 상세히 소개한다. 2부에서는 영조, 건륭황제, 공자 자희태후, 무측천 등 '왕과 영웅들의 장수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지금보다 영양상태도, 운동할 환경도 좋지 않았던 조상들은 어떻게 건강을 지켰을까.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고 했다. 이 책은 온갖 건강식품과 운동기구에 매달리는 현대인에게 건강에도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책을 통해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조선시대 명문가들의 ‘균형과 절제의 건강비법’을 통해서 건강생활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