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일기

코니
- 작성일
- 2018.9.18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
- 글쓴이
- 이현주 저
유유
최근 독립서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독립서점이나 동네 서점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저도 유행에 따르는 의미로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어 보았는데, 특별히 재미를 느끼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도 다른 책들과 비슷합니다. 시애틀에 있는 여러 동네 서점들을 돌아다니고 주인들과 인터뷰를 한 책이지요. 그런데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다르게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에는 광적인 미스터리 팬을 위한 곳이라기보다 평범한 미스터리 독자를 위한 공간인 "시애틀미스터리 북숍(Seattle Mystery Bookshop)", 아마존 본사 옆에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책을 파는 "피터밀러 북스(Peter Miller Books)", 아마존 편집부에서 10년간 일하다가 퀴즈쇼 제퍼디의 7번 우승 상금으로 서점을 낸 톰 니슬리의 "피니 북스(Phinney Books)",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름을 딴 "에이다스테크니컬 북스(Ada's Technical Books)", 단 하나 있던 동네 서점이 문을 닫자 지역에 오래 살아온 세 사람이 합심해 연 서점인 "퀸앤 북컴퍼니(Queen Anne Book Company)", 미국에 단 세 곳 있는 시집 전문 서점 중 하나인 "오픈 북스(Open Books)", 요리책 전문 서점인 "북 라더(Books Larder)", 조합원 소유의 서점이며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과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레프트뱅크 북스(Left Bank Books)", 독립 출판도 겸하고 있으며 고서점 성격이 강한 "애런델 북스(Arundel Books)" 등이 등장합니다. 각각이 다 개성이 강한 서점인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서점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에이다스테크니컬 북스"는 이름부터 참 마음에 드는 서점입니다. 『에이다 당신이군요. 최초의 프로그래머』라는 책에도 등장하는 바로 그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름을 땄으며 무려 "테크니컬 북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서점이 저자 초청 행사를 열면 소설가나 좀 대중적인 책을 쓰는 작가를 초대하지 기술 서적을 쓰는 저자를 초대하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이 서점은 바로 그들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여성 작가가 쓴 과학 소설을 읽는 독서모임> 등을 비롯한 다양한 독서모임도 꾸준히 열리는 곳입니다. 제가 다음에 시애틀에 간다면 꼭 들르기로 결심한 1순위 서점입니다.
또 "퀸앤 북컴퍼니"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단골 손님은 서점에 아예 카드 번호를 주어, 손자 손녀가 서점에 와서 원하는 책을 고르면 그 번호로 결제하게 했다고 해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걸 '할머니 할아버지 구좌'라고 부르며 읽고싶은 책이 있으면 '저 이 책 읽을래요!'하고 가져간다고 합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광경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서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책의 맨 뒤에 실린 시애틀미스터리 북숍을 끝내며 쓴 제이 비의 글과 저자의 맺음말도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책을 읽고 그 내용으로 무언가를 생산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 책을 기획해 만들어 파는 것으로 생계를 해결했던 사람으로서 책과 서점의 필요를 역설하기는 쉬웠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을 그 일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책이나 서점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자문해 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시간에 쫓기고 피로에 찌든 이에게 잠깐의 단잠이나 산책보다 책 읽기를 권할 만큼 확신이 있나 스스로 의심했다. (p.252)
저자의 맺음말을 읽으면서 나에게 책과 서점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책과 서점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고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떠올릴 수 있는 책이라서 많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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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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