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고리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고등학교 소설 읽기 첫째 권
글쓴이
전국국어교사모임 편
해냄에듀
평균
별점9.2 (5)
고리

 

나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좋아한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꼭지 중 하나는 한 주제를 기준으로 두 영화를 서로 비교해 가며 분석하는 것이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작품인 것 같은데 거기에서 비슷한 주제를 발견하는 것도 놀랍지만, 특정한 주제로 영화를 감상할 경우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다양한 재미와 생각거리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책 읽기가 입시와 맞물리면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설 모음집이 많이 발간되었다. 주로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들 중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엮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성은 학생들이 소설을 통해 각 시대의 인물과 만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소설들을 단순하게 나열하기 보다는 다양한 작품들을 서로 비교해서 읽게 한다면 청소년들이 작품을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런 점에서 아홉가지 주제로 엮은 고등학교 소설읽기는 이전에 나온 소설 모음집과 몇 가지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첫째 엮어읽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엮어 읽기는 책을 읽으면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 책과 연관된 다른 책을 읽거나,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른 책을 읽으면서 내용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독서 방법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주제 아홉가지를 선정하고 각각의 주제에 맞는 작품 두편을 선정하여 편성되었다. 이를 통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당시의 사회상을 살펴 보면서, 동일한 주제를 다룬 다른 작품과 연계하여 비교하며 읽게 함으로써 소설을 통해 그 시대와 지금을 연결시켜 작품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노동,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을 주제로 한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에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면서도 실업으로 인해 고통받는 주인공 P가 등장하고,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에는 현재 비정규직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성혜미의 모습이 제시된다. 각각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비교하며 읽는 과정에서 노동의 의미는 무엇이고 인간다운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하게 한다.

전쟁, 인간의 고통과 상처를 다룬 조위한의 최척전과 최은영의 신짜오,신짜오는 전쟁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해 준다. 교과서에 실려있으면서 전쟁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고전소설들은 영웅적인 주인공의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 많다.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전란에 휩싸여 고통을 받았던 최척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전쟁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전쟁의 참혹함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인간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나의 가족과 베트남 사람 호 아저씨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교과서에 실린 대부분의 전쟁소설이 6.25 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비해, 신짜오,신짜오는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베트남 양민학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점을 환기시킨다.

소외 무엇인가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주제로 한 이태준의 달밤, 김중혁의 엇박자D는 요즘말로 아싸들의 이야기다. 심성은 착하지만 다소 머리가 모자란 황수건과 고등학교 시절 음치였던 나의 친구 ‘D’의 공통점은 집단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황수건은 주변 사람들의 괄씨를 받으며 변변한 직업도 얻지 못한 채 살아가고, 친구 ‘D’는 축제 때 립싱크를 하라는 음악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노래를 부르다 따귀를 맞는다. 세상의 중심과 조금 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서 살아가느라, 세상에 있는 가능성들을 제한하지 않았을까?’(엇박자D)라는 나의 독백처럼 두 작품을 통해 틀에 박힌 생각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작품을 엮어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세월을 뛰어 넘어 같은 주제로 쓴 작품들을 비교해 봄으로써 독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 주기 때문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당대를 살아갔던 등장인물들의 삶에 감정을 이입하며 읽다보면 그 동안 어떤 일에 대해 단순하게 좋다, 싫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경계가 희미해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갇힌 생각의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둘째는 최근의 작품들을 수록하여 재미와 현실의 사회상을 반영하면서도 청소년들이 공감할 만한 작품들을 담았다는 점이다.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너무 어렵고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으면 선뜻 읽기가 부담스럽다. 소설 모음에 실린 작품들은 시대상이 잘 반영되어 있으면서도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담겨 있다. 특히 북한 작품을 수록한 점은 기존의 다른 소설 모음집과 차별되는 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는 표면적으로는 환경보전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일하는 여성들이 안고 있는 육아와 자기성장이라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 동포들의 삶과 고민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남과북의 이질성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한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북한 젊은이들 특히 청소년들의 삶을 다룬 작품들도 보게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아쉬운 점]

이 책은 <읽기 전에>, <작품>, <활동하기>, <작품 해설>로 구성 되어 있다. <읽기 전에>에 제시된 내용들은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품 속에 담겨 있는 현실과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연관시켜 읽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친절한 설명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활동하기>의 경우 기존 학습서처럼 내용에 대한 질문과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굳이 이 항목을 넣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간다. 차라리 편집과정에서 수록되지 못한 다른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사락 인기글

  1. 별명
    사락공식공식계정
    작성일
    2025.6.17
    좋아요
    댓글
    9
    작성일
    2025.6.1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17
    좋아요
    댓글
    5
    작성일
    2025.6.1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19
    좋아요
    댓글
    102
    작성일
    2025.6.1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