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1. 독서 후기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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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편의점 인간
글쓴이
무라타 사야카 저
살림출판사
평균
별점8.4 (259)
문학소녀

실제로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무라타 사야카의 체험담이 고스란히 녹아있을 듯한 소설이다. 짧은 스토리지만 어딘가에 속해야만 한다는 현대인의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어떤 사람이 정상이고 어떤 사람이 비정상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에나 있다. 그렇다면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으로 구분되며 정의되는가. 소설은 평범한 가정의 딸로 태어났지만 평범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평범한 척 살려고 노력하는데, 결코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의 범주에 들지 못한 주인공의 삶이 그려진다.

 

후루쿠라는 어렸을 때 친구들이 싸우자 사물함에서 삽을 꺼내와 가장 난폭한 아이의 머리를 쳤다. 그저 그 싸움을 중지시키고 싶었을 뿐이었던 후루쿠라... 또 여선생님이 히스테리를 부리며 출석부로 교탁을 치자 앞으로 나가서 선생님의 스커트와 팬티를 벗겨버렸다. 그저 옷을 벗기면 조용해지는 것을 TV로 본적이 있어서 그랬을 뿐이다. 싸이코패스의 기질도 있어보이고, 자폐아같은 분위기도 있은 후루쿠라이지만 부모는 사랑으로 키우고, 여동생도 언니를 따르며 보통의 범주에 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족들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서 후루쿠라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행동도 조용히 하며 자라서 대학까지 졸업을 했지만, 취업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발견한 편의점 오픈... 후루쿠라는 편의점 알바자리를 얻게 되며 그것으로 생계를 잇고 독립까지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생활이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심지어 건강까지도 편의점 알바를 위해서 챙기게 된다. 편의점 안에 있어야 편안하고 편의점 안에서 해야 할 일을 진행하는 게 즐겁다. 고객의 시선이 집중되도록 매대 진열을 하는 방법과 매출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움직인다. 나이가 서른 여섯이 되도록 연애도 못해봤고 당연히 결혼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연히 가게 된 동창회에서 친구들은 편의점알바만 하며 살고 있는 후루쿠라를 이상하게 여기고 결혼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래서 후루쿠라는 동생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묻고 대답할 말을 상의해서 간다. 어른이 되었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어떻게 자신을 변명해야 하는지를 아직도 모르는 후루쿠라다. 오로지 편의점 안에서만 편안하고 안정적인 후루쿠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일종의 성격장애를 가진 아이로 보였는데, 자라면서 아무 사고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그 장애는 남아 있는 것이다. 여동생이 낳은 조카가 울자 케잌을 자르는 작은 칼을 보며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후루쿠라... 어찌보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전혀 악의도 없고, 뒷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보이는 일이 문제로 보이면 그걸 해결하는 자체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보통사람이라고 하기에 후루쿠라처럼 단순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리라. 하지만, 사회부적응자를 모두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후루쿠라가 편의점에서 동료로 만난 시라하는 후루쿠라 못지않은 사회부적응자다. 게으르고 일하기도 싫어하고 모든 결과의 책임은 다 남들에게 탓을 돌린다. 입만 열면 석기시대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툴툴대는 시라하는 결혼을 위해서 편의점 알바를 하다가 결국엔 해고당하고... 어찌어찌하다가 후루쿠라의 제안으로 후루쿠라의 집에 들어와서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시라하도 후루쿠라도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이해불가능한 인물들이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표현으로 나눈다면 틀림없이 시라하와 후루쿠라는 비정상이다. 하지만,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이 사회안에서는 다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비정상으로 일컬어지는 그들이 정상인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끔 눈쌀을 찌푸리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좀 있을 뿐이다. 시라하는 후루쿠라에게 일만 안하는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기 싫다며 자신을 숨겨달라고 말한다. 평생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숨만 쉬고 살고 싶다고 한다. 정말 보통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지만, 워낙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니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봤다. 후루쿠라의 삶 속에 시라하가 들어와서 먹고 자니, 후루쿠라의 표현을 빌면 정말 애완동물을 사육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들의 삶이 양쪽의 가족들에게는 어이없고 기가 막히지만,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그리고 시라하가 자신을 부양시키기 위해서 후루쿠라를 제대로된 정규 직장에 취직을 시키려고 함으로써 이들의 사이는 벌어지게 된다. 오로지 편의점에서만 일을 해봤고, 편의점에서 흐르는 음악에 귀가 열려 있고, 편의점 매대로만 시선이 꽂히며, 편의점 간판과 문으로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후루쿠라이기 때문이다.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보기로 한 날, 후루쿠라는 가던 중에 편의점을 보게 되고 몸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실제의 체험담이 녹아있어서인지 책이 정말 잘 읽힌다. 그리고 소설 속 후루쿠라가 처음엔 이상했는데, 읽을수록 요즘의 고독한 나홀로족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지만 결국엔 벗어나지 못하고 그냥 그 삶에 적응하고 마는 슬픈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도 했다. 소설 속의 후루쿠라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하나의 부품처럼, 혹은 하나의 가구처럼 너무나 익숙하게 스며들어 버리고 결국엔 거기서 나가면 자신의 삶이 끝날 것처럼 행동한다. 쇠가 자석에 이끌리듯이 저절로 편의점에 이끌려가 버리는 후루쿠라...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색다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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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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