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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원고지
김탁환 저 ㅣ 황소자리 | 2011년 11월
어느 예술노동자의 황홀한 분투기
직업인으로서 예술가의 초상을 보여주는 한 남자가 있다. 스무 편 넘는 장편소설에 중단편과 연구서, 산문집을 합쳐 50권 분량을 훌쩍 넘는 저작 목록, 그리고 가장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을 지닌 이야기꾼. 바로 김탁환이다.
책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온 세상이 달뜨던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소설을 집필하는 사이사이에 남긴 창작일기다. 출간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내면의 풍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이 기록 속에는 예술가의 삶이란 게 과연 어떤 모습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책 속에 그려진 소설가 김탁환의 생활은 뮤즈와의 조우나 격정에 휩싸인 찰나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는 ‘더 써야 한다. 더 집중해야 한다. 더 고독해져야 한다. 버텨야 한다.’며 자신을 다그쳤고,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했고, 글을 쓰다 지쳐 잠들기도 했고, 쑤시고 아픈 몸을 견디며 창작과 퇴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꼬박 10년. 소설을 ‘쓰지 않을 때, 쓸 수 없을 때, 쓰기 싫을 때, 문득’ 써내려갔던 이 일기는 긴 시간을 거쳐 어느새 원고지 1,000매를 훌쩍 뛰어넘는 서사시가 되었다. 『김탁환의 원고지』는 그야말로 숨 막힐 듯 치열하고 지루하리만치 성실한 ‘예술노동자’의 황홀한 분투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