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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yuni
- 작성일
- 2019.1.13
가벼운 걸음
- 글쓴이
- 박이도 저
시간의숲
여든을 넘긴 노시인이 바라본 시 세상은 어떤 것일까? 오랜만에 시집을 들었다. 글에 대한 내 첫사랑은 시로 시작했던 것 같다. 어릴 적 많이들 빠졌을 윤동주님이 나 또한 첫 연모의 대상이었고.. 대학때 창작 수업들을 통해서 시를 그래도 가까이 한 편이었지만 역시나 생활인 모드에 들어서자 시를 가까이 하지 못했다. 최근에 읽은 시인 겸 작가의 말씀처럼 내가 각박해져서인 걸까, 세상이 각박해져서인 걸까? 작년부터 운전 중에 라디오 방송을 많이 들으며 시에 대한 애정에 다시 윤활유를 붓고 있다. 아마 허수경 시인의 부고를 들으면서.. 듣는 시에서 다시 읽는 시로 돌아야지라고 마음 먹었던 것 같다. 그러다 알게 된 박이도 시인의 [가벼운 걸음]!
노시인이 짜놓은 시어는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을까? 세상에 대해 초연한, 홀연한 그 무엇?
[가벼운 걸음]이란 시집 제목으로 같은 제목의 시를 찾았지만,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어를 제목으로 삼은 듯 하다.

침묵, 평화, 시간이란 큰 주제로 100여편 정도의 시가 오밀조밀 어깨를 껴안고 있다. 시인이 밝히듯이 연작시가 중심이 되어 사물과 자연에 대해서 초연하거나 관조적인 색깔로 차분하게 시어들을 노래하고 있다. 겨울, 겨울 연작시처럼 시간의 흐름으로 느끼는 시인만의 시선이 내게도 전해진다.
노시인의 자화상은 어떤 것일까? 내 첫 연모작이었던 윤동주님의 자화상과 비교할 겸 올려본다. 시대도 시인의 나이도 너무나 다르지만, 시인이란 공통점에서 두 시인은 어떻게 자신을 그리고 있을까?
[가벼운 걸음]이란 제목과 달리 나는 시인의 영혼의 깊이가 느껴지는 묵직한 걸음을 느꼈다. 특히 이 시는 시집에서 내가 고른 애정 시이다. 영화 [동사서독]의 칼끝이 느껴진다면, 시인의 세대와 다른 내가 느끼는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무사처럼 세상에 서 있는 그와 나를 만난다.

시를 알 만큼 알 시인에게 시란 무엇일까? "내 시의 첫 줄은" 과 "시로 깃들다"에서 그가 일평생 바쳐온 시에 대한 순수와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매일 하루 시를 만나는 것은 소설,에세이처럼 숨이 차진 않지만 내 영혼의 호흡은 더 거칠고 가빠진다. 시를 가까이 두고 읽는 이유를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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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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