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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여부
- 작성일
- 2022.12.28
(연초에 글 하나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 가급적 요청을 받아들인다. 지난번 정동진 가서 생각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희망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지만 금년 우리 살림살이가 그리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고, 주식 시장은 침체되고, 경기마저 나빠지고 있다.
새해 구상도 할 겸 얼마 전 정동진에 다녀왔다. 한양 경복궁에서 정(正) 동쪽에 자리 잡은 바닷가인 정동진은 대표적 해돋이 명소이다. 2017년 동해안 도보여행할 때 걸었던 정동진에서 심곡까지 부채처럼 펼쳐진 해안단구 지구인 ‘바다부채길‘은 해파랑길 백미이고, 썬크루즈 호텔에서 보는 새해 일출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하는 멋진 곳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일출 대신 일몰을 만났다.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일출과 같은 찬란한 꿈을 꾸기보다는 2023년의 마지막을 상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이집트의 파라오가 왕이 되어 제일 먼저 자기의 무덤인 피라미드를 짓듯이.
핵주먹 소유자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복싱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엄청난 연습과 계획을 해도 링에 오르면 맞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세상 이치가 이런 법인데 새해를 맞이하면 사람들은 그럴싸한 기대만 가지고 거창한 일 하나를 꿈꾸다가 작심삼일로 무력하게 끝난다. 어찌 보면 새해에 더 행복해지겠다는 계획 같은 건 없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
시간에는 세 가지 걸음이 있다고 한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달아나며,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과거의 추억은 적당한 색깔이 덧씌워져 아름답게 채색되어 기억된다. 미래는 주저주저 다가오지만 현재란 놈이 쏜살처럼 달아나기에 반드시 우리를 찾아오게 되어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한 해의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면 어떨까. 계묘년 토끼가 폴짝 점프하듯이 우리 살림살이도 좋아지고, 또 연말이 되어서 보는 일몰도 더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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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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