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사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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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0.6.11
경복궁 이야기
- 글쓴이
- 최준식 저
주류성
고궁 중에서 가장 많이 찾아간 곳이 경복궁이다. 이 부근에서 근무한 적이 많아 점심 시간을 이용해 운동삼아 다닌 적도 많다. 조선총독부 건물이 있을 때부터 시작해 현재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사계절 모두 방문했다. 접근성이 좋고 자주 방문해 잘 아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무지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뼈져리게 느낀다. 다시 한 번 경복궁을 방문해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북경의 자금성을 다녀오고 나서 규모면에서 경복궁이 너무 작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경복궁은 이를 둘러싼 자연과의 조화 측면에서 다시 봐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주산인 백악산과 좌우의 인왕산과 낙산 그리고 남산에 이르는 큰 그림에서 본다면 엄청난 규모의 궁궐터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이곳이 왜 조선왕조 최고의 정궁인 곳인지, 그 수려함의 면면들이 어디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경복궁에 대한 간편한 안내서이다. 일반 책들보다 좀 작은 사이즈로 되어 있다. 경복궁을 관람할 때 편히 들고 다닐 수 있게 배려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경복궁 답사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상식에서부터 경복궁 곳곳을 직접 답사하면서 각 건물이나 주변환경을 볼 때 빠뜨리지 말고 보아야 할 포인트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근정전, 경회루,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등 주요 전각에서부터 조선 후기 고종황제 때 건축된 건청궁 영역까지 자세하게 돌아본다.
여러 전각에 대한 설명 중에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 하나 있다. 경복궁에 있는 수정전은 세종대에 집현전으로 쓰였고 또 훈민정음 해례본이 만들어진 곳인데, 이곳이 한글 창제의 산실이란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소개하는 내용도 없고, 외국인들에게 한글 체험하는 공간도 없이 덩그란 건물 하나만 역사적 유물로 남아 있다고 하는데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다.
이 책을 통해 경복궁이 조선의 문화와 역사는 물론 일제강점기를 거쳐 극히 최근의 역사까지 전해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깨닫게 되었다. 조선 사람들의 자연관이나 예술관 등에 대해서 체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 정궁으로서 다른 궁궐에 대한 '준거의 틀'을 제시한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창덕궁이나 창경궁과 간은 다른 궁궐을 구경할 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다시 방문할 때 경복궁은 또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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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