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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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0.12.4
어른들의 거짓된 삶
- 글쓴이
- 엘레나 페란테 저
한길사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 소설이다. 나로서는 이 소설의 작가인 엘레나 페란테에 대해서도 모르고, 그곳에서의 삶도 경험한 바 없다. 하지만 이탈리안이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다혈질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의 모습이 떠오른다. 동양의 고전적 윤리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비도덕적이고 도발적인 느낌까지 살짝 든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와는 또 다른 모습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소설은 사춘기 소녀 조반나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이다. 부모님을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고 자라다가 거짓으로 위장된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당황스러움과 이에 반발하며 겪는 방황과 방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모든 점에서 부모님들과 대척점에 서 있던 고모를 통해 세상의 다른 모습을 복 배우게 되지만, 사춘기 특유의 반항심이 더해지면서 뒤틀린 욕망과 환상으로 얼룩진 모습으로 성장해 나간다.
주인공 조반나가 어른들의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발언 때문이다. 자신이 아버지의 여동생이자 추함과 사악함의 대명사로 알려진 빅토리아 고모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이것이 충격적 이야기인지는 잘 공감이 되지 않지만 13살 어린 소녀 마음에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조반나는 자신의 신체의 모습과 정신적 성숙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과연 고모가 어떤 모습의 사람인지 확인하려 시도한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친가와 철저하게 벽을 치고 살아왔다. 그래서 고모에 대한 기억이 없어 가족사진 앨범을 뒤져보기도 하지만 실패하고 직접 고모를 찾아가 만난다. 조반나에게 비친 고모의 모습은 좀 사납고 거칠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는 존재이다. 빅토리아 고모는 조반나에게 겉으로 보이는 점잖은 모습만 믿지 말고 부모님을 포함해 주변사람들의 본 모습을 보라고 거듭 충고한다. 고모와의 만남을 계기로 지금까지 존경해 마지 않았던 부모님, 그리고 고모에 대한 편견을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는 계기로 삼는다.
조반나는 성장하면서 마주친 세상과 주변인물들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물론 빅토리아 고모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된다. 고모가 악의 화신이라고 말하는 부모님 말씀과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존경받는 지식인 체하던 아버지도 지나치게 돈을 좋아하며 친한 친구 아내와 바람을 피운 파렴치한이며, 다정했던 어머니는 자신을 버린 남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연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또 다른 면도 보게 된다. 인생이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감정과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이 소설에서 '팔찌'와 관련된 스토리 전개도 관심을 둘 만하다. 문제의 팔찌는 빅토리아 고모가 할머니에게서 유산으로 물려받았다가 주인공 조반나에게 준 선물이다. 하지만 이것은 원래 엔초가 자기 장모에게서 훔쳐 정부인 빅토리아의 어머니에게 준 선물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이모가 조카인 조반나에게 준 선물을 빼돌려 애인인 콘스탄차에게 이 팔찌를 선물로 준다. 결국 같은 팔찌가 누구에게는 욕망의 상징이었고 다른 누구에게는 사랑의 징표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행의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사춘기 소녀가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주변사람들의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느낀 두려움, 가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 등의 감정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에게 몰려온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때로는 능숙하게 거짓말도 배우고, 때로는 진실을 숨기기도 하면서 그녀 자신도 어른의 모습을 닮아 간다. 우리가 어디에서 살아가더라도 삶의 모습은 다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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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