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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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1.7.2
빈틈의 온기
- 글쓴이
- 윤고은 저
흐름출판
분당에서 일산까지 지하철로 먼 출근길을 다니는 사람이 있다. 소설가이자 라디오 디제이, 여행자, 지하철 승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발랄한 성격의 작자이다. 이 책에서는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겪은 단상과 함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종횡무진 다양한 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깐깐하고 조직적이고 치밀한 성공한 직장인의 모습보다는 조금 엉뚱한과 빈틈을 보이는 가운데 인간미를 발산하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60여 편의 산문에는 삶이 주는 기쁨이 가벼운 필치로 전개된다. 낡은 속옷 하나 제대로 버리지 못하고 이별의식을 치르는 모습에서부터 오타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욕탕에서 난생 처음 보는 노부인에게 알몸의 등이 밀리는 상황에 대한 황망함, 주말에 분당에서 잠실까지의 자전거 여행하는 방법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작가의 일상이 소개된다. 때론 상큼하고 때론 경쾌하며 가끔은 고독하기도 그 모습에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비추어지기도 한다.
소개된 글 중에서 지하철 출퇴근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다. 그곳이 하루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고단한 삶의 현장이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삶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다. 삶에 빈틈이 생기더라도 그곳엔 어김없이 따스한 햇살이 들이친다고 이야기한다. 때론 지옥철에서 숨쉴 공간도 없이 부대끼자만 때론 동호대교를 건너면서 해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무심하게 넘기는 많은 일상의 소재들을 재미난 이야기로 엮어 나가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 책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지하철에서 말없이 귤 하나를 건내며 위로하는 할머니, 이국의 여행자에게 고향의 노래를 틀어주는 툭툭이 운전자, 크리스마스에 손톱위에 반짝이는 눈 결정 모양을 올려주는 네일샵의 직원.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의 이웃들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소재를 이야기로 만드는 작가를 보면서 소설가라는 경험과 능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란 생각도 해보지만 그 바탕에는 삶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 자세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책의 제목에 이 책은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들려주는 글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바쁘게만 살아가면서 자신의 본 모습까지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긍정적 마음과 애정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살아갈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 인생이란 헛점과 빈틈 투성이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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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