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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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8.1
글자전쟁
- 글쓴이
- 김진명 저
새움
뚜렷한 문제의식과 치열한 논증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사 속에 담긴 진실을 찾으려는 김진명의 소설은 항상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비록 허구라는 장치를 사용하지만 드러난 사실보다 더 깊은 수면 아래의 진실을 캐내는 과정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점을 일깨워 주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글자전쟁>은 한자(漢字)의 기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자가 갑골문자에서 나온 것인데 갑골문자는 은(殷)나라 것이고, 그 은이 한족이 아닌 동이족이 세운 나라이니, 한자는 우리 글자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임어당이 지적했듯이 동이(東夷)가 우리의 뿌리라는 점에서 문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국제무기중개상 이태민이다. 수재인 그는 일신의 명예보다는 오로지 500억의 커미션을 챙겨 안락한 인생을 살고픈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비상한 머리와 국제정세를 꿰뚫는 날카로운 식견을 바탕으로 무기제조업체 ‘록히드마틴’에 입사한 지 2년도 안 되어 헤비급 사원이 된다. 하지만 무기중개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법의 그물에 갇히게 되고, 궁지에 몰린 그는 검찰 출석 하루 전날 중국으로 도피한다.
중국에서 태민은 비밀에 싸인 남자 ‘킬리만자로’에게 USB 하나를 받게 된다. 그날 밤 킬리만자로는 살해당하고 의문의 죽음 앞에 남겨진 USB의 파일 속에 담긴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의 숨겨진 사실을 하나씩 파악하게 된다. 한자는 모두 중국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중국에는 논을 뜻하는 ‘답(畓)’ 자가 없다. 또 한자를 자전에 있는대로 발음하면 곧 우리말이 된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담긴 참된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태민의 활약이 펼쳐진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한 역사왜곡의 한 장면에 대한 작가의 외로운 도전으로 이해된다. 우리의 음식과 문화, 심지어 고구려 역사까지도 중국의 역사에 포함해 설명하려 시도에 대한 이유있는 반론이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도 태민은 중국의 역사가들 앞에서 한자의 기원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고 나서, 한국으로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게 된다. 개인적 문제보다 국가의 문제를 앞세운 그런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글이 잘 읽히지 않을 때 다시 책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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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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