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웃사이더가 말하는 일상
루프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3.2.14
소설이든 영화든 세월을 뛰어넘는 사랑만큼이나 애절하고도 절절한 이야깃거리는 없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급속도로 빨라진 요즘 같은 세상에도 사람들의 마음 속 한켠에는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낭만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역사 속의 예술가들이 남긴 예술작품이 그렇듯 영화도 세월이 지나서야 진가를 발휘할 때가 있는데,
오늘 소개할 [사랑의 은하수(Somewhere In Time)]도 걸작은 아닐지언정 요즘 같이 추운 겨울,
그것도 연휴를 앞두고 있는 날이면 추억의 페이지를 들추듯 보고 싶은 작품으로 남았다.
[사랑의 은하수(Somewhere In Time)] 이 작품이 추억의 영화로 자리 잡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극을 다룬 타임워프 장르의 영화였다는 점이고, 그에 못지않게 이 작품을 유명하게 만든 건 두 남녀 주인공의 연기를 빛나게 하는 배경음악의 힘이다. 지난 1월 31일로 타계 2주기를 맞은 음악가 ‘존 배리’의 손을 거친 OST ‘Somewhere In Time’은 당시에는 관객, 최근에 와서도 청자의 심금을 울린다.
존 배리는 훗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가 “크리스마스 몇 주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이듬해 초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면서 느끼게 된 심상이 영화음악 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고 회고하기도 했을 만큼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작품은 1972년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극작가인 리처드 콜리어(크리스토프 리브)가 어느 노부인을 만나는 장면. 그에게 금장 회중시계를 전해주며 "Come back to me"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노부인. 그녀는 그를 알고 있지만, 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인연이란 건 서로를 알아보는 타이밍의 문제이기도 한 법.
짧은 만남이 이루어진지 8년 후인 1980년. 리처드는 원고작업을 위해 찾은 미시건 호수의 작은 섬 ‘Mackinac Island’의 그랜드호텔 역사관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화를 보게 된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말이 어울리듯 그녀에게 빠져든 리처드. 사진 속 여인은 1900년대 초의 유명한 연극배우 엘리스 맥케나(제인 세이무어). 엘리스에 대한 기록을 찾는 과정에서 그녀를 만난 적이 있었음을 기억해내는 리처드. 그러나 그녀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여인.
이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극은 급물살을 탄다. 그녀는 8년전 자신을 찾아왔던 바로 그 날 세상을 떠났고, 어느 심령학자의 최면술 시간여행 이론에 심취했음도 알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사랑한 남자가 바로 미래에서 과거로 간 리처드 자신임을 깨닫는다.
이제 그녀가 그랬듯 그 역시도 심령학자의 최면술 시간여행에 매달린다. 굳은 의지와 신념이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과거시점으로 갈 수 있다는 이론. 이 작품의 판타지는 리처드가 과거로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1912년의 과거로 돌아간 리처드는 1912년 6월 27일 공연 관계로 그랜드호텔에 머물던 엘리스를 만난다. 그녀는 그를 한눈에 알아보고 "Is it you?"라는 한 마디를 남긴다. 꿈만 같은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하룻밤의 시간.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한 사람들인 듯 두 사람은 현재(곧 과거이기도 한)를 즐긴다. 하지만, 단 한 순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됐을 한 푼의 동전 때문에 두 사람은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다. 그 시대에 있어서는 안 될 동전을 지녔던 탓이다. 아, 돈이라는 건 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던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홀로 평생을 살아간 엘리스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교를 잃어버린 채 죽음을 맞이한 리처드의 비극적 사랑이 이루어진 시간이 바로 단 하루의 추억이라니. 천국에서 맺어지는 이 두 사람의 사랑이라는 건 시간 여행보다 더욱 견고하게 쌓인 성이며, 아무 의미 없이 누리는 단 하루라는 시간이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토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이다.
이 작품 속에서 리처드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변주곡 18번 (Rachmaninoff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 43, Variation XVIII)”을 흥얼거리는데, 1912년에 리처드가 흥얼거린 이 곡이 실제로는 1934년에 초연된 것이기에 엘리스는 리처드가 미래에서 온 남자임을 알게 된 셈이다.
이 영화는 세월이 갈수록 그 힘이 대단해서 촬영지인 Mackinac Island 에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그 자리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기도 하다. Copyright ⓒ Jump Up Sky Man(루프) All Rights Reserved.
두 사람이 만난 단 며칠의 시간은 참으로 많은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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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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