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인간은 영생을 위해 하늘에 기도를 하는데, 영생을 거머쥔 존재는 영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니 말이다. 매 초, 분,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현재'를 느껴보고 싶고,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혈액을 확인하는 데에서 '기쁨'을 찾는 천사의 모습을 보노라면 잠시간은 이해불가이기도 하지만 천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삶, 매 순간들에 고마움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천사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고, 영원한 삶과 영원히 타인에게 잊히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우리 '인간의 욕망'과 영원한 삶에서 벗어나 순간을 느끼며, 사랑, 심지어 고통과 아픔 등 심신의 자극을 느끼고 싶어하는 '천사의 욕망'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영화<베를린 천사의 시>. 물론 영화는 이 점만을 다루지만은 않는다. 독일의 당대상황을 등장하는 독일시민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천사들을 통해 전달하고,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도시의 '소음'들을 듣고 있자니 필자까지 절로 피곤한 기운이 느껴졌다. 천사들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통한 인간들의 소음에도 이렇게나 피곤할 지경이니, 우리는 얼마나 자연과 떨어져 삶에 불만족을 토로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영화를 보노라면, 이 점에 대해 절로 반성하게 되는 순간도 끊임없이 찾아온다.

한편, 천사의 자리에서 내려와 인간의 삶을 선택한 다니엘은 '사랑의 기적'을 몸소 확인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남녀를 묶어주기도 하지만 인간과 천사의 경계도 허물어버릴 만큼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자못 로맨틱한 엔딩 신에서 <베를린 천사의 시>는 로맨스라는 고명까지 놓치지 않는다.

판타지와 리얼리티와 휴머니즘, 로맨스를 망라하는 <베를린 천사의 시>는 빔 벤더스 감독의 저력이 여과없이 발휘된 숭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