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햇님
  1. 김햇님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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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의류수거함
글쓴이
유영민 저
자음과모음
평균
별점8.6 (63)
김햇님

의류수거함이라, 사실 종종 내가 이용하는 곳(?!)이다. 아직 떨어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입지 않을 옷을 버리는 곳. 그러면서 내 삶의 일부를 정리하는 곳(?!). 오즈의 의류수거함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할까? 혹시 이거 판타지일까? 이런 생각으로 책을 펼쳐본게 사실이다. 아니 웬걸, 진짜 사람이름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우스운, 오즈의 마법사의 그 도로시가 등장하는게 아닌가! 성은 도요~ 이름은 로시로다.


 



그렇다, 흔히들 들어본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와 토토, 허수아비, 사자 많은 사람들이 떠오를 것이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에도 정말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것 처럼 각자만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도로시, 노숙자씨, 마마, 카스삼촌, 마녀님, 195, 폐지 할머니, 그리고 귀여운 손자 동진과 동식까지.


 



도로시는 어느 날 의류수거함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스키니진을 발견하면서부터 의류수거함의 옷들을 훔치기 시작한다. 도로시는 의류수거함의 옷을 훔쳐서 마녀님이 운영하는 구제 의류숍 마녀‘ house에 팔아 호주로 이민을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래서 더 열심히 였다.


 


도로시는 외고 입시에 실패하면서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자살 카페에서 요구하는 에세이마저 떨어지는 바람에 카페 가입도 못하고 독서실에서 평범하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 도로시에게 의류수거함은 꿈을 위한 도구이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였다. 내가 보기엔 말이다! 언제나 열심히 공부했고, 한번도 일탈이라는 걸 해본 적 없는 로시, 로시에게 의류수거함 도둑은 새로운 일탈의 경험을 선사했다.


 



옷이란 건, 아마 우리들 각자에게도 다양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책에 나오는 에메랄드 빌리지의 사람들 처럼 짝퉁 명품을 걸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단지 옷은 따뜻한 보온의 효과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단체복은 아마 그 단체에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게 옷은, 별 의미는 없다. 단지 있으니깐 입는 거라고 해야하나? 너무 재미없는 답일지도 모르겠다. 이 대목에서 옷이 자신에겐 어떤 의미인지도 한번 생각해보는건 어떨까?


 


 


도로시는 걸스카우스 단복을 보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의류수거함 속에 버려진 강아지를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를 떠올린다. 그러다 만난 노숙자씨와 친해지고, 또 다른 의류수거함 도둑 카스삼촌과 식당 ‘숲’을 운영하는 마마까지 친해진다.


 


도로시가 의류수거함 도둑을 하면서 만난 이들은 도로시에게 진정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말해 주고 있었다. 노숙자씨와 길을 걷다, 발견한 크레인뽑기 기계 앞의 아저씨를 보며 도로시는 이런 말을 한다.


 


"저 아저씨는 도대체 뭘 뽑으려고 하는 걸까요?"


이에, 노숙자 씨는 이렇게 말한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나이는 쉰을 훌쩍 넘겨 있고, 얼굴에는 잔주름이 가득하고, 곁에는 진심을 나눌 이가 아무도 없는 거야. 그러면 나는 인생에서 뭘 건져 올렸나, 하는 회의가미 밀려오겠지. 그 헛헛한 마음을 저렇듯 뽑기 게임에 매달리는 게 아닐까?"


"잘 살펴보도록 해. 어쩌면 도로시의 아버지 모습일지 몰라."


 


문득 이 대목에서 나의 아버지를, 아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우리네 아버지들의 군상이 떠오르지 않을수 없었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이렇듯 우리가 지나친 작은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당연하도 느꼈던 아버지의 큰 그늘이, 어쩌면 아버지는 홀로 힘듦과 외로음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빠의 친구가 되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리고 쉬는 날 연극을 한다는 마마에게서는 연기를 잘하는 방법을 들었다. 왜 여기서 생뚱맞게 연기이야기가 나오냐고? 읽는 내가 감동을 받은 만큼 도로시도 분명히 자기 가슴 속에서 마마의 연기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언가 솟구치는 걸 느꼈을테니깐.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하죠?"


"나는 관찰이라고 생각해. 인간에 대한 관찰. 그러나 타인을 관찰하기에 앞서 머저 자기 자신을 관찰해봐야 해. 하지만 그게 또 쉬운 게 아니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거,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야. 아름답지 못한 면도 직시해야 하거든.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건 마링야. 관찰하고 응시하는 힘, 그건 애정이란 사실이야. 자신에 대한 애정.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애정."


 


마마의 연기론은, 나를 돌아본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나를 사랑한다는게 어떤건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 책 간간히 195와 도로시 사이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관용위에 서있는 자존감, 나를 사랑하는 자애감, 이 두 감정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뭐랄까, 가볍게 읽어야지 했던 청소년 소설이 자꾸만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옷이 주는 지위를, 아버지의 모습을, 나의 모습을, 그리고 타인에 대한 나눔과 배려를. 이 책은 종합선물세트같은 책이다. 따뜻함과 차가움과 슬픔과 기쁨이 다 들어있는!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는 195번 의류수거함에서 사진첩을, 상장을, 일기장을, 꿈상자를 발견하고, 그 아이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자살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는 요즘, 아니 얼마전까지 자살을 꿈꿨던 도로시에게 그 아이의 자살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도로시는 마녀님, 마마, 카스삼촌, 노숙자아저씨까지 모두 불러모아 그 아이의 자살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쉽지 않았다. 맥베스의 구절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는 맥베스를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며, 맥베스 속에 편지를 넣어두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결국 195의 수수께끼를 도로시는 풀게되고 직접 만나게 된다.


 


195를 보면, 정말 이제 10대인데도 얼마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는지, 어쩌면 어른이 아이의 삶을 어떻게 망쳐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공부하는 기계, 아마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이들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공부가 다는 아닌데, 부모들은 아이들이 극단의 선택을 할때 비로소 아이들이 아프다는 것을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다. 극단의 선택의 앞에서 도로시를 만난 건 195에겐 정말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삶을 포기하려는 195 앞에 도로시는 함께 3개월만 의류수거함을 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게 되고, 그러면서 페지줍는 할머니네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어린 손자 동진과 동식이 밤새 단둘이 있는 동안 할머니는 폐지를 주으러 다니고, 보일러는 고장이 나고.... 아이들을 위해서 마녀님부터 시작해서 다들 조금씩 도와서 보일러뿐만 아니라 집 곳곳을 손보게 되는데, 서로 도와가면서,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그 과정이 나는 참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바빠서 자신의 일만 돌보느라 학교생활이 힘들어 자살을 택한 아들을 위해서, 그 아들이 죽은 곳에서 식당을 하는 마마나, 자신의 손으로 죽인 가축들 때문에 아내가 우을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해버리고 자신은 동물이 묻힌 곳곳을 돌아다니며 위령제를 지내는 노숙자씨나, 꿈을 갖고 남한으로 내려온지 3년이 되어도 삶이 팍팍하고, 꿈에 그리던 남한에서 또다른 계급, 돈 앞에 좌절하는 카스삼촌이나, 손자 둘을 데리고도 열심히 사는 폐지할머니나 자신을 공부하는 기계로 밖에 생각지 않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놓으려고 했던 195나 모두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줬고, 서로가 삶을 살아가야할 이유를 깨달을 수 있게 된게 아닐까?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도로시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관찰이며, 그들에 대한 애정이다. 도로시가 세상을 바꾸거나, 도로시가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뒤집어 놓진 못하겠지만, 도로시를 보면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 동화 속 처럼 모두가 힘을 합쳐 살아가는 그 모습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고, 이웃을 돌아며 조금은 힘들어도 누군가 옆에서 힘내라고 격려하고 지탱해주면 우리는 언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될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특히나, 중고등학생들에게 도로시의 이야기는 큰 힘이 될 것같다 .


 


195가 생명을 포기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도로시가 힘들어할때 언니가 했던 말이 있다.


 


"로시야. 지금은 네가 어떤 답을 찾기 위해 굉장히 혼란스럽고 불안하겠지만,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 혼란스러움과 불안감이 바로 답이었다는 걸."


 


청소년의 시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한다. 언제나 삶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을 수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 혼란스럽고 불안할때, 어쩌면 그게 내가 찾는 답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불안하고 내가 힘들면 남들도 그렇다고, 조금만 더 이겨내면 된다고 말이다. 자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도로시와 친구들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고, 내가 지금 죽도록 힘들고 지쳐도 그보다 더 한 사람들도 살고 있고, 그 보다 더 한 사람들도 다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도로시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아마, 우리가 모르는 저 어딘가에서 실제로 펼쳐지고 있을 것만 같다. 아니, 어디가서 이렇게 힘든 사람들만 이 소설에 모아놨나 싶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고, 더 가슴 뭉클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인생의 정답이 아닐까 싶다!


 


도로시의 말로 이 이야기를 끝내고 싶다.


 


" 방금 네가 말한 대로 누군가 자살을 하면, 자살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삶을 실패한 것으로 쉽게 규정하곤 해.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이 세상, 수 많은 자살자의 삶을 감히 누가 실패라고, 패배라고 단정지을 수 있겠어? 그들의 죽음은 태엽이 다 돌아간 것처럼, 혹은 계절이 바뀌는 것 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일 수도 있어.  (중략) 우리는 세상 모든 일에 대해 아무것도 판단하거나 심판할 수 없어. 그저 그 속에서 구현된 신의 의지에 대해 고개글 끄덕이며 바라볼 수 있을뿐이지......나도 그렇고 너 역시도 살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죽음에 직면하게 될 날이 올거야. 언젠가그 날이 찾아오더라도, 죽음을 어둡고 절망적인 무언가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래, 마치 오늘 파티처럼 즐겁고 환한 것으로 바다아들여, 우리 그렇게 정하고 우리의 지금 삶을 바라보면 반짝반짝, 광택이 나지 않는 순간이 없을 거야."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자. 반짝 반짝 광택나는 내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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