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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글쓴이
류승연 저
푸른숲
평균
별점8.7 (50)
익명의R

  이번 여름,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책은 발달장애인을 둔 엄마가 쓴 책이란다. 자녀를 10년간 키우면서 고군분투한 이야기라는데 어떤 흐름일까? 신파적인 내용이면 읽기 부담스럽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웬걸, 저자는 거침없이 장애아들을 통해 겪은 세상살이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특유의 개그코드와 함께.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온 신경과 관심이 한 사람에게만 쏠리듯 저자의 집안 역시 그랬다. 저자는 어머니로서 아들을 좋다는 곳은 다 데리고 다니며 치료를 받고, 학교에 가서 연신 죄송하다며 꾸벅거렸다. 우리 아이가 혹시 배척당하진 않을까 싶어 같은 반 아이들에게 아들의 장애에 대해 이해시켜줄 수 있는 편지를 쓰는 등 어머니로서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어떠한가. 직업적 성공보다 아들의 온갖 치료비를 위해 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했다. 쌍둥이로 태어난 누나, 수인이는 수저질을 시작한 이후로 혼자 밥을 먹어야했고, 글자를 터득한 이후로는 혼자 책을 읽어야 했다. 내 마음은 비장애인 형제자매인 수인에게 갔다. 수인이는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늘 장애 동생을 이해하고 챙겨 줘야하는 자신의 입장이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억울하고 서러웠을 것이다. 책 내용 중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 글귀가 있었다.

 

나도 장애인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딸의 입에서 느닷없이 이런 말이 나올 때가 있다. 어떤 심정에서 한 말인지 다 알면서도 나는 말문이 콱 막힌다. 오히려 딸을 야단친다.

왜 그런 소리를 해! 너까지 그러면 엄마는 못 살아! 안 살아!” -63p-

 

그런 수인을 바라보는 제 3자인 학교 선생님은 저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수인이는요.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항상 2인자로 살아왔어요.” -64p-

 

   아이러니하게도 저자의 집에서는 비장애인 딸이 소외되고 있었다. 워낙 장애아들에게 손이 많이 가다보니 딸은 세상 밖에 나가도 어련히 잘 지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장애가 있는 아들 하나만으로도 버겁고 고단하여 차마 딸에게는 관심과 사랑이 덜 미치기 때문일까. 수인이의 마음속은 한없이 어지러웠을 것이다. 장애인인 남동생을 이해해야만 한다, 하지만 밉다. 하지만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밉다로 반복되는 감정을 얼마나 오랜 시간 겪고 또 앞으로 성장해야할까. 그리고 부모가 나이 들어서 아들을 부양할 수 없게 될 때 그 부담이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올 것임을 수인이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이것은 주보호자인 어머니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가족 모두가 겪고 감내해야 할 비극이다. 분명 장애가 비극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개인의 삶이 되풀이 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촉구되고는 있어도 여전히 알아서 찾아내야 하는 혜택, 알지 못하면 결국 놓치게 되는 현실 등은 장애인 부모나 형제자매가 늘 세상과 맞짱 떠야하고 쌈닭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되는 걸까? 그리고 나는 묻고 싶다. 이것이 과연 합당지.

   대체 한국의 장애인 인식개선은 어디까지 왔을까. 매년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왜 여전히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없을까? 혹시 우리는 장애인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호혜적인 시선은 인권적이지 않다. 그것은 올바른 인권감수성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불쌍한, 도와줘야 하는 상대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효율성에 대해 언급했다. 장애인을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을 효율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근로 생산력이 떨어진다고 하여 사회생활에서 배제한다거나 장애인의무 채용을 귀찮아 여긴다거나, 혹은 그들의 삶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폄하해 버리는 사고야 말로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는 뒤틀어진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또한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고 취업해 성공한 사례를 방송이나 기사로 내보내는 것 역시 조심스럽게 생각해볼 일이다. 진정한 장애에 대한 인식은 비장애인 시선에서 장애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존엄성을 누릴 수 있도록 국민들이 그에 대한 인식을 갖추고, 장애인에 대한 필요한 제도를 국가를 향해 소리 높여 요구하는 게 아닐까? 장애인을 장애인답게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그 시선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나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나 역시도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의 입장을 십분 고려하고 도와줘야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들의 삶 역시 가치 있고 존중받아 마땅하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이 아닌, 당연히 그들이 권리를 옹호해야한다는 방식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비장애인이 누리는 권리를 똑같이 향유하기 위해 그들에게 맞는 제도와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남동생에게 평생토록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라고 울며 말한 수인이는 그 누구보다도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고 챙기게 될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어머니처럼 쌈닭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 남동생과 평범한 어느 일요일 아침처럼, 유유자적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일상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장애인제도 개선만큼이나 시급한 것은 우리들의 설익은 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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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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