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독서 결산!

물만두
- 작성일
- 2007.11.2
전작들과는 달리 작가는 긴 글을 거침없이 쓰고 있다. 단순한 본격추리를 지향하던 작가가 변하겠다는 의지인지 아니면 암흑관의 어둠을 쉽게 쓸 수 없었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앞의 작품보다 더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작가는 8년의 기간을 보상받았다고 생각되고 독자인 나는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딱 이주일간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작품은 술술 잘 읽히고 막힘이 없다. 작가가 말했듯이 추리적 요소를 약간만 덜 집착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이 충분히 전달이 된다. 하지만 긴장감과 짜임새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악취미들이란 결국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인간의 근원적 결핍을, 고통을, 집착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목이 말해주듯 열편의 단편 하나하나는 지독한 악취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 하나하나마다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결국 그 단편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우리의 내편을 파고들어 저마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것들을 저자가 악취미스럽게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온다 리쿠의 작품 가운데 가장 미스터리 장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동안 많은 작품들을 나름 미스터리라고 읽기는 했지만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좀 심심했던 건 사실이다. 이 작품을 보고 비로소 온다 리쿠도 추리소설을 잘 쓸 수 있구나, 특히 본격 추리소설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했다. 이런 작품이 몇 편만 더 나와 주면 참 고맙겠다.
본편보다 재미있는 속편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 작품은 전작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보다 재미있었다. 일상의 미스터리를 담아 네 명의 캐릭터가 각기 하나의 작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풀어가는 단편 형식의 작품이 좋았고 그 단편들에 등장한 또 다른 캐릭터들이 모여 하나의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도 볼만 했다.
이래저래 읽고 나니 괴롭다. 괴소보다는 슬플 悲자를 써서 비소소설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게 참 이리도 우울하고 슬픈 것이라니... 그런데 백년, 이백년 지나면 이것도 하나의 괴담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멀리 보면 괴소소설이 말이 된다 싶다. 땅값 떨어질까 시체를 두 마을이 옮기던 그 단편처럼 말이다.
괴담이 꼭 무서우리란 법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즈미 교카가 이 작품들을 쓴 시기를 생각하면 이런 작품들이 이후 만들어진 공포물에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린 늘 너무 늦게 작품을 접하게 된다. 300여 편의 작품이 있는데 그 중 4편을 수록하는 거라면 좀 더 통일감을 보여주던지 아니면 독자가 좀 더 만족할만한 작품을 선보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 속에서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덮은 순간까지 위선만을 보았다. 이렇게 서평이랍시고 쓰는 나도 위선적일지 모르겠다. 상류층의 위선, 전쟁의 위선, 소설가의 위선, 독자의 위선이 모여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고 있다.
팽글팽글 돌아가며 한 사람의 정신을 빼놓은 팽이, 히죽이죽 비웃는 것 같이 느끼게 만들어 공포감을 자아낸 개, 쿵쾅쿵쾅 심장 뛰게 사랑으로 인생을 조종한 여자, 쑥덕쑥덕 입방아로 한 여자를 스타로 만들어 버린 말들... 이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다.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스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너무도 사소하고 너무도 어이없고 너무도 있을 것 같은 일들이라서.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이 주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이었다.
살인은 한 인간의 현재와 미래를 말살하는 일이다. 또한 그, 또는 그녀의 현재 아이들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고 생겨날 아이들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아주 잔인하고 사악한 일이다. 무심코 넘길 일이 아니며 어떤 살인이든 살인은 심각한 개인과 가정, 사회 나아가서 국가의 막대한 손실임을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땀을 흘린다는 것이 산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유머는 모르겠지만 작품 속에서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쉽지 않기 때문에 찾는 보람도 클 것이다. 우린 왜 예전의 모든 것을 버리려고만 할까? 그 안에 소중했던 것들도 있을 텐데 말이다. 거위도 꿈을 꾸는 세상이다. 가장 단순한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에 대해서만은 안전하고 행복한 모두가 꿈꿀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아주 차분하게 전개되는 작품이다. 끈질기게 조사와 대조를 하고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열쇠를 놓치고 실책을 저지르기도 한다. 아마도 경찰이나 탐정 등 현실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이런 모습일 것이다. 단서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조사의 대상으로 쉽게 조사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가 수상하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렇게 보면 수상하지 않은 인물이 없으니까. 한 마디로 인간적이며 사건 해결까지 있을 법하게 접근해서 전개하고 있다. 그런 점이 좋았다.
이 작품을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평가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너무 거창한 트릭들이 쏟아져 나온 상태에서 가위남이라는 연쇄살인범이 자신이 다음 피살자로 점찍은 여학생을 모방 살해한 범인을 쫓는다는 형식은 괜찮았지만 경찰과 같은 선상을 달리면서 어디선가부터 괜찮기는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닌 작품이 되어 버렸다.
들개사냥에서 너무 늦게 온 희망은 언제나 위험한 법이라는 말은 코퍼스 가는 길에서의 내가 슬픈 이유는 더 빨리 죽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말과 왠지 닿아 있다. 너무 일찍 희망을 잃은 사람, 너무 늦게 희망을 가진 사람, 그리고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 그리고 희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 떠나려는 곳이 코로나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웨이트레스가 음악가와 떠났다는 곳... 코로나도를 찾는 것은 그래도 무언가 삶에서 움켜잡으려는 것 아닐까. 인생에서 희망이라는 저마다의 신기루를...
단편들이 나름대로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연관이 있어 온다 리쿠가 어떤 작품을 쓰는 작가인지 알고 싶다면 간단하게 맛볼 수 있는 책이다. 노스탤지어에 너무 치이게 하는 감이 있어 때론 싫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온다 리쿠의 작품을 보면 내 과거 한 귀퉁이의 그리움 한 조각을 생각할 수 있어 좋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이 작가에게 이리도 매여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괴물은 있다. 우린 모두 그림자처럼 괴물을 숨기고 사는 존재들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 괴물을 풀어 놓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풀어놓은 괴물이라면 다시 감금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비는 좀 더 철저히 마련했으면 좋겠다. 늘 억울한 사람만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도 어쩌면 괴물 탓은 아닐까...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는 늘 희망을 준다. 어두웠다가 약간의 빛을 보여준다.
결말이 없었다. 이런 낭패가...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다음 작품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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