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2020
까망머리앤
- 작성일
- 2020.3.13
특별관리대상자
- 글쓴이
- 주원규 저
한겨레출판
한국 사회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스템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일어났습니다. 그 요구가 초법적, 초월적 합의체를 태동케 했고, 그 합의체가 바로 컴퍼니입니다. 컴퍼니는 '시스템 불온 지수'를 측정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 불온 지수가 임계점인 50퍼센트를 넘으면 사회가 불안정해집니다. 그래서 컴퍼니는 시스템 불온 지수를 50퍼센트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시스템 정화작업을' 시작했습니다. _196p.
광화문 폭발 테러가 발생한 지 3년, 서울 일대에 해적이 활동한다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다. 사라지는 사람들, 그 대상을 특정 지을 수 없지만 언론마저 통제한 이들에게 두려움이란 없어 보인다. AI 시스템이 불온 지수를 측정해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치는 '특별관리대상자'를 필터링해 시스템 불온 지수 임계점을 넘지 않게 관리, 사회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직의 수호자 정인구. 이들에게 하청 받아 대상 인물을 사회에서 격리, 또는 처리하는 업무를 맡은 두목 해이수, 그와 함께하는 일당들을 '해적'은 해적이라고 불린다. 해적에 입단하기 위해 목숨을 건 테스트를 치르고 그들에게 스며든 오단.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을 자주 맞닥트리게 되는 요즘, 어쩌면 이 사회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두려움마저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의문스러운 단체에서 자행되는 살육과 침묵하는 언론, 그리고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조직 내에서의 불안감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빠져들어 어디서 어떤 폭탄을 만나게 될지 불안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강남의 민낯을 다룬 「메이드 인 강남」의 주원규 작가의 신간 「특별관리대상자」 는 사회 시스템을 수호하는 초법적 합의체인 컴퍼니라는 조직에 얽힌 다양한 군상들을 중심으로 인간 내면의 어두운 폭력성과 집단적 욕망의 적나라함이 거칠게 느껴지지만 사회파 소설!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될 것 같다. 합리적인 사회? 인간 내면의 폭력성은 어디까지 일까? 사회파 장르소설을 즐기지 않는 편임에도 책을 다 읽을때까지 궁금해서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도 생생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한 편의 영화를 생생하게 감상한듯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화면에 뜬 것은 인공지능이 필터링 한 ‘특별 관리 대상자’명단이었다. 인물의 사진과 약력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테이블에 마련된 OX 버튼 중 하나를 눌러 이들에게 판결을 내리면 되었다. 여섯 명의 인물 가운데 다섯 명이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처형’처분을 받았고, 한 명은 처리가 ‘보류’되었다. __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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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괴물이 되지 않으면 잡아먹혀. 더 큰 괴물이 되느라 이렇게 된 걸 지옥이라 부르면 곤란하지. _1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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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구가 들려준 컴퍼니 주요 업무에 대한 설명은 채 2분을 넘기지 않았다. 설명은 지독할 정도로 심플했다. 사상이나 이념, 이해관계를 떠나 정재계의 고위 관료들이 점조직 스타일의 비밀 결사체로 모여 사회 시스템의 체질 강화를 위해 독소 인자들의 제거와 축출 작업을 시행한다. 시행 주체는 언제까지라도 가칭일 ‘컴퍼니’이지만 축출 작업은 ‘해적’이 실행한다. _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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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인간 본연의 권리예요. 심판하고 심판받는 일. 그것이 인간을 지금까지 살아 있게 만든 생존 본능이에요. 컴퍼니는 인간의 마땅한 권리를 대리 행사하는 것뿐이고요. _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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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든 계획이든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은 반드시 터지게 되어 있어._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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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의 위협 앞에선 누구든 마지막까지 지켜오던 고상함의 가면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법이다. 정인구는 그들이 보여주는 자멸의 징후를 보며 자신의 소신이 잠정적 진리였음을 재확인했다. 인간에게 합리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 그러한 확신은 컴퍼니 설계를 향한 더 견고한 신념으로 발전되었다. ‘시스템은 인간의 합리성을 넘어선다’는 것. 또 하나, ‘인간은 결코 그 어떤 것으로도 인간 자신에게, 자연에게 기여할 수 없다’는 것. 정인구는 인간은 단지 시스템의 일부로서 기능할 때에만 자신 안의 절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_2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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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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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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