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수필,수기/시

아바나
- 작성일
- 2015.2.25
좀머 씨 이야기
- 글쓴이
-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참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내 머리 속에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분위기와는 정 반대로 <좀머 씨 이야기>는 너무나 순수하고 이쁜데다가 유쾌하면서 재밌기까지 하다.
누구의 말처럼 쥐스킨트의 건조한 문체가 어떻게 그렇게 수채화 같은 맑고 청량한 느낌을 주게 되는지...
길지 않은 글을 읽는 내내 머금은 미소와 미묘한 감정은 찌들대로 찌든 각박한 현재를 살아가며 가슴 속 어딘가에 틀어박혀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던 동심을 내 의식의 한가운데로 끌어냄과 동시에, 좀머 아저씨의 그 알 수 없는 걸음의 이유가 밀폐공포증에 기인한 것이든 그렇지 아니하든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라는 또렷한 그 한마디는 내게 그대로 감정이입되어 나 또한 누군가를, 혹은 어딘가를 향해 무의식적 외침을 행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그리도 나를 옭아매는지, 사실 아무도 그러하지 않는데 내가 나를 속박하고 졸라매어 마치 그것이 이 경쟁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이겨내는 무슨 잘난 방법인양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예쁘고 순수하고 유쾌하며 심지어 재밌기까지 한 <좀머 씨 이야기>를 통해 그저 한순간의 카타르시스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며 내게 허락할 최고의 선물이 무엇일까를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 본다.
"그러니까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라구!"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