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모델로 데뷔해 우리가 처음 그를 만났던 영화는 고소영과 함께 한 1994년 영화 <구미호>였다. 현대로 온 구미호라는 당시로서는 꽤 참신한 소재를 차용했지만, 어설픈 CG와 두 신인 연기자의 겉도는 연기 덕분에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미끈하게 잘생긴 정우성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음 작품은 TV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 현재는 모두 톱스타가 된 이병헌, 이영애를 비롯하여 고 최진실이 출연한 작품 속에서 정우성은 특유의 반항적인 냄새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후 작품 속 인물은 모두 평범하지 않았다. 심은하와 함께 한 <본투킬>에서는 킬러, 이정재, 한고은과 함께 한 <태양은 없다>에서는 권투선수, <유령>에서는 장교 역할을 맡았다. <무사>의 노비, 개싸움을 하는 <똥개>까지 정우성은 내내 비릿한 피 냄새를 풍기는 작품들에 출연했다. 영화 속 정우성은 거칠게 살지만 대부분 비주류의 삶 속에 들어있다. 거칠고 험하지만, 경쟁의 틀 속에서는 묘하게 벗어난 유유자적한 삶이 그의 정체성이 되었다. 멋진 육체를 내세우진 않았지만 애쓰지 않아도 멋있는 그에게 남아있는 것은 잘생긴 얼굴과 날렵한 몸매였다. 우월한 몸을 내세워 그는 세상과 맞선다.